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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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의 진정한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고전.

조너선 스위프트는 사회의 모습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 듯.
그는 인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그가 그린 상상의 세계에 등장하는 존재들에 대해 더 호의적이다.

그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상상의 섬나라에서 걸리버가 겪는 모험 속에서
온갖 해학과 풍자로 펼쳐진다.
그가 다루는 주제의 다양함과 깊이를 이해하려면
좀더 깊이있는 읽기가 필요할 듯.

제 1부 릴리펏(소인국) 여행기는 아주 재밌다.
동화에서 생략되었던 깊이 있고
섬세한 표현들이 주는 즐거움 외에도
어려서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소인국 사람들, 왕궁과 도시 등을
수치까지 제시하며 눈에 보이는 듯 묘사하여
상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다.
(물론 나는 그림에는 소질이 없어서...ㅎㅎ)
.
영국 사회와 정계의 모습을
릴리펏의 상황으로 풍자한 부분은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만하다.
영국의 정파를 신발굽 높이에 따라
높은굽 정파와 낮은굽 정파로,
카톨릭과 개신교 갈등을 달걀을 깨뜨리는 방식의 차이,
즉 넓은 부분을 먼저 깨뜨리느냐 아니면
갸름한 부분을 먼저 깨뜨리느냐의
의견차로 풍자하는 센스.
이 외에도 법률과 관습, 상벌제나 교육제도등
사회 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이야기 곳곳에 흥미진진하게 드러난다.

2부 브롭딩낵(거인국) 여행기
거인국은 소인국보다는 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그려진다.
특히, 원숭이나 독수리 등 걸리버가 당하는 에피소드들은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거인국은 그 크기에 걸맞게 학문적으로 디테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거인국은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그리 발달하지 않은 모습이다.

p105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내가 한 명의 릴리펏 사람이 되어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니 나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인간은 그 덩치에 따라 더 야만적이고 더 잔인해진다고 볼 때, 내가 저 거대한 야만인들 중 첫 번째 야만인의 손에 잡힌다면 그의 입 속에 들어갈 한 조각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그 자체로 크거나 작은 것은 없으며 비교에 의해서 그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는데 과연 맞는 말이다.

3부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
세 번째 여행기부터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더 멋지고 신비롭다.
공상과학만화를 보는 듯.
하늘에 떠있는 섬과 그리고 그 주변의 섬나라들을 거쳐 일본까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치인들의 정당 싸움을 풍자하고
죽은 위대한 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허세를 꼬집는다.
만능 계획자와 사변적인 지식에 몰두하는 계획자들을 비교하며
영국 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풍자한다.

4부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
가장 흥미진진한 여행기.
이성을 지닌 말이 지배하는 나라.
그곳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야후라는 짐승이 산다.
야후의 모습을 한 걸리버와 후이늠의 주인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의 이성과 본성에 대해 논한다.
걸리버가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과는 달리
후이늠이 지니는 이성은 인간의 본성을 넘어선 그런 이성이다.
사치, 탐욕, 방종, 허영 등의 본성을 넘어선 이성.
걸리버는 후이늠국에 살고 싶어하나 결국 쫒겨나고 만다.

p296
야휴만이 이성을 갖춘 나라가 있을 수 있따면 분명 그가 지배 동물일 수밖에 없겠지. 이성은 늘 때가 되면 야만적인 힘을 이기기 마련이니까.

p304
그래서 주인은 우리 인간이 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타고난 악덕을 더욱 심화시키는 데 적합한 모종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책의 첫부분과 마지막 장에서 걸리버는 자신의 여행기가 진실만을 말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진실에서 벗어난 여행기를 비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풍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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