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 판미동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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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여러가지로 놀라웠다. "심플라이프"라는 개념이 기술이며 문명이며 지금보다 훨씬 덜 발전된 시기에 존재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현대에 들어 사회와 삶 전반이 복잡해지면서 탄생했을 줄로만 알았는데, 단순함에 대한 욕망은 19세기에도 존재했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그 때나 지금이나 삶의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맹목적으로 부를 좇는 것 등 오늘날과 꽤나 닮아있었다. 1895년 샤를 와그너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은 미국으로 번역 출판이 되기도 했으며, 그 유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극찬을 한 책이라고도 한다.


 

 요즘 내 삶은 그 어느때보다도 복잡해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뭐 이리 하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지 인간관계며 일이며, 심지어 감정까지도 단단히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엉망이다. 과연 나만 이런 복잡한 삶을 살고 있나 싶어 이야기를 꺼내보니, 이는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어디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도 명쾌한 답은 나오질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런 엉켜있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심플라이프의 원조격인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은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상태다."라고 말한다. 단순함은 개인이 가진 이런저런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해지기로 마음먹으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하나씩 탈피하면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훨씬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그런 발달만큼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거나 행복해졌다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현재 모습이나 운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물질적인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의 모습을 지적했다. 



 단순한 삶을 살지 못하는 원인도 외부가 아닌 우리 내부에 있었다.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물질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우리 스스로가 복잡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본질과 부수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의 정신이다. 특히나 정신과 물질 중 물질을 우선시하면 크게 혼동한다. 돈이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과 더 많이 소유해야 인정받는 사회는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나약한 정신이 결국 돈이라는 물질 앞에 무릎꿇게 만들고, 겉보기에 좋은 것, 남들 보기에 좋은 것에만 몰두하고 집착하다보니 정신은 더더욱 빈곤하고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가 바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소유하기 위해 뭘하든 시간에 쫓기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걱정거리가 한 가득이다. 삶이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런 판단의 착오가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본질을 가린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문명의 가치는 곧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의 가치다." 인간보다 돈을 우선시하며 눈 앞의 행복, 만족을 찾기란 더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물질적인 잣대로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며 자신의 위치나 권위로 자신을 드러낸다. 이는 점차 '나'만을 중요시하는 이기사회를 낳고, 세상의 발전을 지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소유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책의 말이 참 와닿았다. "지갑 속에 든 것과 머리나 마음속에 든 것을 혼동하지 않는 사람, 부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같은 인간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삶에 고민이라면 내가 지향하는 삶, 나의 가치관부터 한 번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오히려 그 속에서 쉽게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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