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바스켓 이야기 - 구멍가게에서 매출 5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전설의 슈퍼마켓
대니얼 코션.그랜트 웰커 지음, 윤태경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도 작년부터 이어진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떠들썩하다. 경영권 찬탈, 비리 등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닌가보다. 책 속의 마켓바스켓 또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고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가족끼리 경영을 하고 있던 마켓 바스켓은 기업의 주인은 누구여야하는가란 주제에서 의견이 갈리며 소송까지 이어졌다. 아서 T 진영은 기업의 존재 목적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에 있는 것으로 고객, 직원, 거래처 등을 기업의 주인으로 보았고, 아서 S측은 이와 반대로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에 섰다. 결국 이 분쟁에서 아서 T가 쫓겨나게 되었고 그 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자신들의 CEO를 복직해달라는 시위가 펼쳐졌다. 현재 롯데가는 세 번째 주총의 결과 신동빈 회장측이 압승을 거두고 있다.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되던 크게 신경쓰는 소비자나 직원들이 있을까? 일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나 마켓바스켓의 경우는 달랐다. 일이고 뭐고 내팽개친 직원들,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거래처, 고객들까지 시위에 앞장선 것이다. SNS로 까지 확산되며 시위는 불처럼 번져갔다. 이렇듯 이례적인 시위에 이런 충성심과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저자 또한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마켓바스켓이 꾸준한 수익을 내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과 독특한 기업 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작은 구멍가게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실적보다는 사람을 향하는 그들의 기업문화가 어떻게 그렇게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마켓바스켓이 체인점으로 성장하기 전 아주 작은 식료품점에 불과했다. 그 시작은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의 죽어가던 도시인 로웰, 아크레라는 지역에 그리스 이민자 부부인 아타나시오스와 에프로시네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문을 연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고,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도우며 함께 살아나갔다. 가난한 도시였기에 외상 판매 및 공짜로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노동자 가정에 좋은 질의 제품과 최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부부의 생각이 오늘날 마켓 바스켓까지 전해지고 있다. "내가 일하는 동기는 돈이 아닙니다. 나는 선량한 상인이 되고 싶습니다. 내 바람은 그 뿐이에요" 그의 기업철학은 오늘날 많은 기업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 않을까.



 그들이 죽고 나서는 아들인 텔레마커스와 조지가 사업을 물려받았고 점차 여러 지점을 세우며 확장해 나간다. 텔레마커스의 아들인 아서 T 또한 이런 아버지 가까이서 일하며 경영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아서 T는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나가며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고, 추가 이익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려 애썼다. 우리 물건을 사줄 고객, 돈을 벌어다 줄 직원이 아닌 진심으로 모두가 한 가족인 것 처럼 그들을 대했다. 이러한 아서 T의 마인드가 마켓바스켓의 원동력이었다. 그가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는 곧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 기업에 대한 충성도로 돌아왔다. 내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아끼고 돌봐줬던 CEO, 소비자인 나에게 하나라도 더 나은 혜택을 주고자 했던 기업 대표가 쫓겨나니 그들은 손놓고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마켓바스켓의 비밀은 소통과 분산적 리더십에 있었다.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작은 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귀기울인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직접 찾아 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그들만의 독자적인 노선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경영학계의 새롭고도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너도 나도 앞다투어 그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마켓바스켓은 오히려 그런 흐름을 역주행하는 기업이다. 



 그 당시 슈퍼마켓들은 식료품을 넘어 카페, 음식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하나의 복합쇼핑 공간으로 나아가기 바빴다. 그리고 점차 소가족화 되고 있는 가족 구조에 맞게 식품들도 작은 용량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켓바스켓은 그 어떤 추세도 따르지 않았다. 여전히 1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고품질 저가격의 상품과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굳혔다. 두 번째로는 그들의 영업지역이다. 마켓바스켓은 주로 소득이 중하위권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새 점포를 열었다. 여기에는 경영대학원 졸업자나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 드문데, 이러한 지역 주민들이 바닥부터 시작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업이 마켓바스켓이다. 그렇기에 실제 고위직 임원들도 경영이론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현장에서 터득한 풍부한 유통업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길을 열어나간다. 마지막 원천은 내부 승진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학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마켓바스켓에선 통하지 않는다. 고위직은 졸업장으로 얻을 수 없다. 기본부터 시작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사람들만이 승진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는 긍정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가는 한 가지 길만이 답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감동적이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는 경영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그들이 이어온 경영방침과 이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감탄했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걸까 안타깝기도 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과 소비자에게 충성을 요구하지만 정작 그들은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을 보면 진심에서 우러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 정부의 압력 혹은 이 또한 다시 매출로 돌아올거라는 기대감에서 오는 홍보, 보여주기식의 반 강제적인 책임을 억지로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기업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렇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인 동시에 사람들의 위해, 사람들에 의해 가능해지는 일이다. 오늘날 기업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메시지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본인의 사익보다 큰 가치에 기여한다고 믿는 경우에는 개인적 희생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만이 아닌 함께 이루고 나아가려고 노력할 때 더 큰 힘이 발휘된다. 점점 치열해져만 가는 시장이지만, 적장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본질은 "사람"에 있다는 기본을 간과해서가 아닐까. CEO의 축출에 제 일처럼 분노하는 사람들과 단 한명의 직원도 스카웃 해갈 수 없는 놀라운 기업, 마켓바스켓의 비결은 그저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결국 마켓바스켓의 분쟁은 아서 T가 아서 S 진영 사람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타개할지는 모르겠으나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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