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김호식 지음 / 멜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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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때 '엽기'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엽기토끼라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단어로 쓰이며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었다. 이 책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엽기적인 그녀>하면 단연 전지현과 차태현 주연의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 등 수 많은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영화. 웬만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가뿐히 뛰어넘는 여주인공 그녀, 전지현. 지하철에서 토하기는 기본, 뺨 때리기 내기까지 엽기를 넘어 도대체 어디서 저런 행동이 나오는지 궁금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예측불가능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의 모습마저 감싸주고 받아주는 약간은 어수룩하면서도 정이 많은 남자, 견우다. 둘의 순수하고 예쁜 사랑에 결국엔 울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후에 종종 생각날 때마다 보는데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귀한 영화 중 한편으로 남아있다. 



 설레면서도 가슴아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바로 김호식의 장편소설 『엽기적인 그녀』다. 현재는 엽기적인 그녀2라는 이름으로 후속작도 나왔고 조만간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 같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든 그 반대든 감독이나 작가의 방향에 따라 각색되기 마련이다. 1세대 인터넷 소설로도 유명한 원작은 영화와 달리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어떻게 서술해나갈지 궁금했기에 읽게 된 책이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읽는 내내 책 속 내용과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 되었다. 특히나 차태현의 내레이션이 귓가에 울렸고, '이 대목에서 전지현이 참 예뻤지~, 견우는 한결같이 어리바리하네.'라는 생각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인터넷 소설 특유의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귀여니'의 작품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등장인물들의 말투 그대로를 옮겨놓은 대사와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들까지 이 책 역시 그런 특징들로 가득하다. 예를들어, "헉!"과 같은 감탄사나 "뭐가"를 "모가"로 옮겨놓은 말들이 그렇다. 다시 읽으며 그 시절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책으로 만나는 그녀와 견우 또한 아련하게 다가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읽어보니 영화가 원작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의 설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결말일 것이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소설은 훗날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란 생각이 들게 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영화가 주는 강렬한 인상때문인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멋대로 '결국엔 운명처럼 다시 만날테니까 괜찮아.'라는 결말을 내버렸다. 영화보다 먼저 이 책을 먼저 만났더라면 좀 더 다양한 결말을 예상하며 흥미로운 상상들로 끝낼 수 있었을까?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그럼에도 같은 엔딩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이 책과 함께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그 시절, 아름다운 사랑의 회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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