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크리스티나 뮌크 지음, 박규호 옮김 / 더좋은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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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언제 마주해도 어렵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게되는 것은 한참 동안 혼자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난해하기만한 철학자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고,


두 번째는 그런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삶에 비춰 보려는 시도이다.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다름 아닌 부제 ─삶이 고단하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철학 읽기 ─때문이었다.


철학적 치료제란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안티폰부터 페터 스로터다이크까지 


목차를 읽는 내내 모든 챕터가 하나 같이 내 상황에 오버랩되었다.


그리고는 편치만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며 정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겪는 삶의 위기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철학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그것만으로도 한결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먼저 스스로 상담가가 되기를 자청한 안티폰은 


아무리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그 상황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만의 비결은 뭐였을까?


몸의 상처로부터 오는 고통이 아닌 심리적인 고통일 경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을 통해서도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안티폰의 비법은 간단했다.


내방자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했으며 직접 깨달을 수 있도록 현명한 조언을 하는 것!





물론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경청과 공감을 통해 위로받음으로써 한결 편해지기도 한다.


안티폰의 얘기를 들으면서 근심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내 말에 집중해 들어줄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가 소통하기 어려운, 단절된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상담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보다는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라도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타인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갈수도 있지만


때때로 타인은 지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말한다. 일반적인 모든 인간관계를 지옥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타인에 대해 갖는 특정한 기대나 생각이 실제와 충돌되어 훼손될 때


그 관계는 지옥과 같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관계에서 실망하거나 상처받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닫힌 방>의 세 명의 지옥 거주자들을 통해 왜 자신과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특정한 존재라는 것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고자 하는 마음,


그것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우리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기질은 없으며


오로지 그들이 하는 행동을 통해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행동은 반성이나 후회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는다든가 어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다.


'실존주의'나 '무'라는 그가 사용한 개념은 어렵게 다가왔지만 <닫힌 방>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외에도 소크라테스가 담담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고,


보이티우스를 만나며 참된 행복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 할 수 있었다.


특히나 고위 관리였던 보이티우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갔을 때


철학으로 대변되는 자기자신과 운명에 대해 나눈 대화를 잊을 수 없다.




운명은 본디 변덕스러운 것이라는 것. 


그렇기에 운명이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고 해서 비난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 


나는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수레바퀴를 돌리지.


 꼴지를 첫째와 바꾸고 첫째를 꼴지와 바꾸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야.


 하지만 조건이 있지. 아래로 추락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거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 굴러가는 방식이니까." - p.77




삶이 깊은 수렁으로 빠졌을 때야 말로 보이티우스는 참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운명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며 허탈해하기도 하지만


이내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기에 이른다.


언제고 달아나버릴 명예, 권위, 부, 아름다움 등과 같은 것들이 과연 소중한 것일까?


극한의 불운이 찾아왔을 때 보이티우스를 찾으라는 것은


이는 비단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게 아닐까 싶다.


그가 겪었던 것처럼 삶의 바닥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 의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집필한 <철학의 위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인생의 굴곡이 한결 편안하게 다가왔다.




철학을 다룬 책이어서 그런지 번역서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해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삶에 지쳐 잠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을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위대한 10명의 철학자들을 만나 여행을 떠나기를 추천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지혜로운 해답과 한층 더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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