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 20주년 기념판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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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명성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처럼 큰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이야기의 흐름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또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어렵다. 이런 예측과 전망의 어려움 또한 카오스(내게 더 친숙한 용어는 비선형계)의 특성 때문인가? 돌아보면 사람과 사람의 행동이 쌓인 역사도 모두 카오스적 아닐까? 인간의 뇌가 아주 비선형적이고, 이 책의 1장에서 다룬 대표적 카오스, 날씨가 비선형적이라면 역사도 카오스가 아닐 리 없다. 초기 조건에 아주 민감한.... (,,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각 대륙의 초기 조건이 오늘날 각 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선형성이 오히려 아주 특수한 경우일 텐데, 잘 통제된 실험실 환경과 깔끔한 수학적 처리에 모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비선형성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넘어갔던 것은 아닐는지....

 

어려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각 장의 이야기들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기보다는 별개의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것 같아 책 읽는 긴장감은 떨어졌다. 다만 여러 천재적 인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역시 서양 학문의 저력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특히 ‘9장 동역학계 집단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구 활동들은 이제 미국에서도 다시 나타나지 못할 것 같은 낭만적인 멋진 풍경이다.


원서가 나온 지 35년이 다 되어 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1970년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인데 최근의 카오스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심장의 움직임을 카오스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의학의 지평으로 떠 오르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전히 심장마비로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 카오스의 해석은 물론이고 응용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양자역학이 출현하고 불과 얼마 안되어 원자폭탄과 핵발전소가 실용화된 것을 생각해 보라.

갑자기 카오스라는 분야는 신과 악이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문제에도 그럴싸한 이론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은 너무나 훌륭한 무언가(그렇지만 필연적으로 아주 비선형적인)를 창조할 수는 있지만, 너무나 훌륭한 피조물은 카오스적 자유의지를 가짐으로써 악이 출현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였다고....

설마 이렇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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