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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이다 - 요셉 조성만 평전
송기역 지음 / 오마이북 / 2011년 5월
평점 :
사랑 때문이다.
요셉 조성만 평전
난 85학번이다.
조성만이 호흡했던 그 6월, 그리고 그가 늘 외로워했던 그 시대를 나도 함께 살았다.
그런데 사실 조성만이란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아버지가 공무원이었던 이유로 눈가리고, 가슴 닫고, 외면하고 그리 살았다. 그래도 그시대 누구나가 그랬듯이, 보지 않으려고 하면 더 보이고 듣지 않으려고 하면 더 들렸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박종철사건이라든지, 김세진 분신자살, 이한열의 죽음이라든지,그리고 그유명한 전태일이라든지, 그런데 조성만이란 이름은 익숙치가 않았다. 그래서 신청했었다. 그시대를 살았다면, 그리고 할복에 투신까지...그를 알고 싶었다.
조성만 그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조성만을 검색해보면 전라북도 김제 출신의 민주화 운동가.라고 나온다.
민주화 운동가... 얼마나 많은 투사가 있었던지, 난 처음 몇페이지를 넘기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눈물이 앞을가렸었고, 그래서 책을 덮었다 열기를 수십번 했었다. 그래서 이책을 읽는데 참 오래 걸렸다. 정말 몇일동안 그시대를 다시금 곱씹으며 그 시대를 기억해내려 했다. 나의 기억속에 있는 그 시대는.. 뜨거웠었다.
그런데 조성만은 늘 외로웠었다.
이 책은. 조성만의 뜨겁지만 늘 외로웠던 생활과 더불어 그 시대의 정치와 민주화의 과정을 실존인물들의 일상생활과 사회상을 일상기록처럼 담백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미사여구의 다른 수식어가 무슨필요가 있으랴~ 그저 그시대를 한 인물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해내고 있어, 몸 전체로 다시금 그 시대를 느끼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성만이 김범에게 보낸 편지와 그의 일기를 통해, 그렇게 갈수 밖에 없었던 그의 성품과 의지를 이해하도록 하였다.
사실 남아있는 사람에게 그들의 할복과 분신, 투신은 부담이다. 나 엮시 그랬었다.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담은 그렇게 밖에 할수 없었냐는 책망으로 나의 비겁함과 나약함을 가리는데 얼마나 급급했었는지.. ...
그가 김범에게 보낸 편지글중에서
척박한 황토에 태어나 거친 풀을 대하며 살아가고 고민하고 하는 것을 생각하며, 이러한 것을느낍니다. 결코 태어난 땅에 대한 저주의 마음은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 그리고 실천적인 사랑 속에서 땅은 부할 할 것이라는 것, 하나의 공동체를 조금씩 조금씩 공유하면서 살아갈 그날이 우리에게 멀지는 않다는것 . 여타 모든 것을 대할때 비관 속에서만 바라 보는 것을 벗어나 하나하나의 알맹이를 쌓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시간 공간의 과정속에서 계속 되어야 할것이오..
그는 우리 땅을 사랑했다. 우리 나라를 사랑했다. 우리나라 사람을 사랑했다. 그래서 포기할수 없었다. 나처럼 방관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내 땅에 대해, 내 나라에 대해 내가 얼마나 그동안 방관하며 지냈던가. 이 책은 내게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내나라를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조성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행동으로서 그렇게 했다. 6월 항쟁때 명동성당내에서의 공동체 생활에서 그가 행복했었던 그 순간을 나도 바라면서, 절대 그런 세상은 있을수 없다는 현세계에 세뇌되어 잊었던 순수를 깨우고 있다.
그의 일기중에서 그는 모든것이 사랑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랑때문이다 내가 현재존재하는 가장 큰 밑받침은 인간을 사랑하려는 못난 인간의 한 가닥 희망때문이다. 이땅의 민중이 해방되고 땅의 허리가 이어지고 이땅에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되게 하기를 위한 알량한 희망, 사랑때문이다. 나는 우리를 사랑할수 밖에 없고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통해 그는 국민학교시절 늘 입에서 불리어졌던 우리의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잊혀지고, 반듯이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서서히 퇴색되어지고 가는 이때 우리에게 통일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렇듯, 이책은 내게 세상속에서 잊고 살았던 중요한것들, 통일이라든지, 내 나라라든지 하는 기본적인것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작가는 그의 죽음을 입으로 예수를 말하면서 세번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길을 걷는 천주교인들에게, 입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제 잇속만 채우는 이들에게 온몸으로 바치는 외침이며 저항이라고 말하고 있다. 난, 그의 죽음이 많은 세월이 지나 순수를 잃어버리고 안일하고 나만을 위해 사는 지금 바로 나에게, 돈이 하느님인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외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지금 나에게.. 넌 너의 조국에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냐고, 넌 너의 이웃을 사랑하고 살고 있냐고 묻는 간곡한 외침이었다고...
감사한다. 다시금 내게 사랑을 느끼도록 해준 이 책에게~
2011년 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