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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팰 마르, 마이 슈발 부부작가의 작품. 흔히 보는 미국이 배경이 아닌 북구 유럽의 칙칙한 날씨를 배경으로 하는 경찰물. 작가분들이 스웨덴에 87분서 시리즈를 번역 소개했고 87분서의 느낌이 난다고 하지만 처음 나왔을 시절에는 경찰서물(?)은 전부 87분서 시리즈의 아류작으로 여겨졌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 꼭 87분서를 염두에 두고 볼 필요는 없겠다. 본인은 87분서 시리즈도 좋아하지만 이쪽 <웃는 경관>의 경찰서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든다. 일단 2달 동안 별 사건이 없을 수도 있는 살인과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가? 물론 시대적으로 70년여서 요즘같이 폭력적인 풍조가 덜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87분서쪽은 환경이 미국이어서 그런지 이쪽 스웨덴보다 폭력의 일상화가 너무 심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시작부분에서 월남전 파병 반대 시위가 등장하는데(계속 되지만), 이것도 미국쪽 소설에선 보기 힘들지. 미국 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찰의 민생을 위한 일상업무는 무시될거라는 식의 자국 경찰 수뇌의 코멘트, 경찰들의 무자비한 진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식의 화려한 무기 동원은 없고 끽 해야 곤봉, 돌 정도긴 하다)... -_-;; 웬지 익숙한 분위기 아닌가?
2달간의 휴식을 깬 사건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버스 몰살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다. 웬 놈이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을 전부 다 총기로 난사해서 죽였고, 그 죽은 사람- 운전사 및 승객- 중에는 형사과 형사 오케 스켄스트롬이 있었던 것이다. 미행이 주특기로서 서에서도 미행의 일인자라 여겨지던 오케 형사가 왜 버스 안에서 총맞아 죽었는지, 동료들은 살인범을 찾는 수사를 펴면서도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수사 과정도 각자의 개성에 의해서 확연히 다르고, 그런 수사 방식에 대한 타인의 간섭도 거의 없고, 윗분의 간섭(정치적 목적을 가진 지방 검사, 국회의원 등이 미국 소설에선 자주 등장하는데 말이다)도 별로 없다.
분위기만 이 소설의 강점인양 강조된 형상이 되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마르틴 베크, 콜베리, 라손, 룽, 메란델, 에크, 몬손 등 등장하는 형사 모두의 개성이 확실하게 살아 있고, 그 개성이 서로 부딪히기도 하면서 개성을 가진 각자의 수사가 직물처럼 잘 짜여져 나가면서 결말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여겨질 정도다. 어찌보면 선정적인 소재들을 여럿 안고 있지만(총기 난사 살인 사건, 누드 사진, 색정광 등) 그 내용이 선정적이지 않은 것은 그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시간과 장소가 이 책에서 생생히 재현되면서 실제 삶 속에서의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이 구체화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들이 이 작품의 시리즈를 통해서 사회 변화를 구체화시켜 기록하길 원한다는 작품 저작 의의를 이 <웃는 경관>은 충분히 만족시킨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