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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지음, 이창식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1년 7월
평점 :
절판
'배리라는 젊은 유대계 미국인이 남긴 황당한 전화 통화에 의지해서 야콥 리베르만이라는 나치 잔당 추적자가 남미에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나치들을 추적한다. 점점 밝혀 지는 거대한 음모...' 정도로 한줄 줄거리 요약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인간이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가란 문제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나치에 관해서는 많은 보고와 기록이 있고 또 문학 작품과 영화에서도 꽤 많이 다뤄졌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이 또 나오곤 하는데, 왜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일제 시대 일본의 만행과 매국노들의 행태, 6.25와 월남전, 군사 정권 시절의 일들... 지난 일들 가지고 뭘 그러냐~라는 식의 태도는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을 기르는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한 대목을 인용하고 싶다. 야콥 리베르만이 대학교에 가서 강연을 하고 난 후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장면이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전범들을 심판대에 세운다는 것은 저도 중용한 일이라고 동감합니다. 그러나 프리다 멜로니와 같은 하찮은 경비원까지 심판대에 끌어내겠다는 것은 여전히 당신의 복수심 때문이 아닙니까? 그녀는 전쟁 이후로 줄곧 미국 시민으로 살아왔으며, 교육이나 다른 유용한 사회적 일에서 매우 유용한 봉사를 해왔습니다. 그것으로 전쟁동안에 했떤 일을 보상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리베르만은 머리를 끄덕이며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마치 그런 질문은 이전엔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사실을 당신도 인식할 수 있으라리고 생각합니다. 보육원 선생님이며 고아들을 위해서 살 곳을 마련해 주고, 훌륭한 가정 주부이며 길 잃은 강아지에게까지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여인이 한때는 강제 수용소의 경비원 노릇을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연히 유죄죠. 이제 그녀의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강제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학살에 대한 증언을 그녀가 우리에게 해줄 것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만약 프리다 맬로니가 체포되지 않았다면, 그런 놀라운 사실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었겠습니까? 나는 당신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가능성을 인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그녀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중요하다는 얘기죠. 여러분의 정부도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