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파링 파트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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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는 표지 글처럼 청소년기 아이들이 내밀하게 부딪히는 갈등을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 담아내었다. 하윤은 교실에서 약자인 아이들만 골라 피해를 주는 친구에게 정의로운 경고를 날리려다 되려 자전거 도둑을 방조한 셈이 되어버려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이었는지 혼란을 느낀다. 아빠가 일으킨 미투사건을 피해 이모 집에 머물게 된 하나는 첫눈에 반한 이수와 서로 좋아하게 되지만 아빠를 닮아 순수한 아이를 꼬드긴 아이로 몰리면서 아픈 상처가 남게 된다. 나연은 상황이 좋지 않은 수아에게 침대와 잠옷, 책이며 샤프까지 모든 걸 양보하고 있는데도 엄마에게 이기적이란 소리를 듣고 참았던 화를 터뜨린다. 수아는 나연에게 사과하면서 만만해 보이면 까이게 된다고 아플 땐 악 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난처럼 치부되는 괴롭힘도, 친구들의 방관과 조롱도, 부모(가족)의 강요로 쌓여가는 불안까지 여섯 편의 이야기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폭력의 다른 모습들이다. 아이들은 당당하게 맞서다가 혼란을 겪고 억울하게 당하면서도 애매하게 행동해 상처를 입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인기 걸그룹 내 지속적인 괴롭힘 사건이 수면 위에 올랐다.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아이돌 멤버가 사실은 여러 번 삶을 포기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가해자였던 리더는 결국 그룹에서 탈퇴했다. 수년 동안 적극적 방관자였던 소속사와 다른 멤버들도 질타를 당했다. 작가는 우리가 겪는 모든 일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진다면 그 일들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 속 현민이, 연정이, 다미처럼 그리고 십 년 만에 사실을 폭로한 아이돌 멤버처럼 아픔에 눈 감고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쳐들고 고통의 속살을 깨물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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