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나 사계절 아동문고 96
송미경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나 자신이란 존재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할 때 나는 어떤 흙으로 빚어졌는가는 굉장히 미묘하게 중요하다. 가까이 있는 내 가족,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성질이 많이 포함되었기를 바란다. 나만 동떨어지지 않도록.

혈액형에서 시작한 가족과 나의 다름. 갑자기 가족이라는 공집합에서 뚝 떨어지게 된 아이는 외롭고 불안하다. 마치 누가 버린, 그래서 내가 주워와 가족처럼 키우지만 내가 햄스터가 될 수도 없고 햄스터가 사람이 될 수도 없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족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표를 독자에게 띄워준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불안에 쉽게 단답을 던지지 않고 제 키보다 높은 수풀을 헤쳐 길을 찾아가는 아이의 맨발자국을 함께 따라간다.

키 큰 어른의 시야에 반듯한 길이 훤히 보인다고 해서 저기가 길이야.’ 하고 아이를 번쩍 안아 어른들이 만든 길 위에 내려놓는 것은 옳지 않다.

오직 아이 눈높이로, 아이 마음이 삐뚤빼뚤 만들어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어른 독자들의 몫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어떨까. 미유와 키도 비슷하고 그만큼 보이는 눈높이도 비슷한 독자들은 태리처럼, 혜주처럼 미유의 곁에서 각자 자신의 길을 그렸다 지워가며 만들어가지 않을까. 그 길에는 꼭 가족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수풀 어딘가에 감춰놓았던 아이들의 불안과 슬픔의 이유들이 작은 햄스터처럼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내밀지도 모른다.

 

너도 무서워? 실은 나도 그랬어. 나는 지금도 외로워.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드러내야할지 모르는 감정들을 안고 주춤하고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을 기다려주는 동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처럼 울며 함께 성장하는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