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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 샐 싱 미스터리 편 ㅣ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4월
평점 :
대입시험 준비를 위해 수행평가로 '앤디 벨 실종사건'을 선택한 핍은 열일곱 고등학생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앤디 벨 실종사건은 5년 전 발생했고 실종된 앤디를 찾지 못한 채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샐이 살인자로 지목된 시점에 자살하며 그대로 종결돼버린 사건으로 핍은 수행평가라는 명목으로 미해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실 핍은 자살한 샐을 어릴 적 친한 친구 집에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던 자신을 도와주었으며 주변에 항상 밝은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던 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샐이 자기 여자친구인 앤디를 죽일 리 없다는 확신을 한 핍은 샐의 동생인 라비를 찾아가 5년 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예쁜 외모로 가는 곳마다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앤디와 옥스퍼드 대학교를 목표로 할 정도로 수재인데다 성품도 나무랄 데 없었던 샐은 잘 어울리는 여느 커플이었지만 앤디가 실종된 날 샐과 다퉜다는 점과 앤디의 차와 샐의 손톱 밑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 샐이 아버지에게 보낸 문자와 앤디의 핸드폰이 샐의 방에서 발견됐다는 점, 친구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경찰 조사에서 시간을 다르게 진술해 줄 것이 드러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고 이런 압박은 샐의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조사를 하던 핍은 수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던 샐이 여자친구를 죽이고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증거들을 남기며 유력한 용의자 선상에 오를 정도로 허점 투정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사를 거듭하며 핍은 앤디가 샐을 만나며 비밀리에 연상의 이성을 만나고 있었다는 것과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예쁘고 밝은 외모와 달리 변덕이 심하고 친구들을 조정하여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성격임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 화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유쾌했던 형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자친구를 죽였을 리 없다고 믿었던 동생 라비는 여고생 핍이 5년이나 지난 형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들을 혼자 조사하며 부딪혔던 난관을 핍이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되고 둘은 샐의 사건에 협력하며 얽킨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사실 큰 기대감이 있었던 소설은 아니었다. 그랬는데 정말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여고생 핍이 수행평가로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벌어진 앤디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활동 일지로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주변인들의 녹취기록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형식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앤디가 실종된 장소와 샐이 동선 등을 그린 지도나 조사자들이 늘어나면서 드는 의구심 등을 기록해 놓은 것들이 더해지면서 핍과 함께 가설을 하나씩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고생 핍의 신선하고도 재치 있는 활동 일지를 따라가며 단순히 흥미를 충족해 주는 소설이 아닌, 인종차별을 겨냥해 마녀사냥을 하는 언론과 가해자라는 프레임에 발목이 잡혀 사람들의 멸시와 모욕을 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어 나름 깊이까지 더하고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제작 중이라고 하니 나중에 드라마로 만나게 되면 반가움과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