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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북폴리오 / 엘렌 심 지음 / 환생동물학교
따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현생이 다음생까지 이어지고
자연이 현생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이 다음생에 업보로 이어진다는
윤회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수긍하는 면이 있기에
더욱 독특하게 다가왔던 제목 <환생동물학교>

시험과 입시, 각종 스펙, 사회생활에 시달리다보면
집에서 먹고 자는 것이 일인 애완동물을 보며
"니 팔자가 상팔자다~" 라는 푸념을 내뱉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편하게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지만
과연 그들의 삶이 우리가 부러워할 정도로 편한 삶인 것이었을까?

다음 생이 있다면
반찬 투정도 안하고 한번 주인으로 섬기면
자신을 버린 주인일지라도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애완동물들은
다시 태어날 때 최고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을까?

전 생에서 인간에게 무한 충성심을 보이며 평생을 살아갔던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거쳐가는 동물환생학교!
인간인 나의 입장에서만 다음 생엔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새로 태어나고 싶다거나,
돈 많은 주인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얼핏 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 동물들이 전 생에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깊이 해보지 않았기에 <동물환생학교>의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거야?"
주인에게 한없는 애정과 충성심을 보였던 동물들의
최고의 윤회 대상은 인간이란게 조금...머쓱하긴 하지만
평생을 착하게 살았던 동물들이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가는 환생동물학교를 보면서
그동안 너무 많이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을 대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정도만 놀아줘도 되겠지.'
'귀찮으니까 다음에...'
'다른 집 개들은 똑똑하던데 왜 얘는 이렇게 멍청한거야...'
생각해보니 전에 개를 키우며 몹쓸 발언을 참 많이도 한듯하다.
귀찮다고 산책을 자주 안시켰던 것도 퍼뜩 생각나
한참동안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고
오로지 인간인 나의 관점에서만 동물을 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충격으로 다가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기도 했다.
<환생동물학교>는
인간으로 환생하는 동물들이 꼭 거쳐가는 곳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배우며,
동물의 본성을 지워가는 곳이다.
AH-27반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과
고양이 쯔양, 개 맷, 블랭키, 아키라,
하이에나 비스콧, 고슴도치 카마라,
고양이 머루가 만나
자신들의 무한 신뢰 인간 주인들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로서 인간에게 상처를 받은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 하이에나 비스콧은
늘 입마개를 하고 있어야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잘 때만 입마개를 빼곤하는데
비스콧이 무한 사랑하는 주인이었던 인간이
충성심이 강한 하이에나를 양치기 하이에나로 키우기 위해
캄캄한 동굴에 가둬놓고 굶어 죽기 일보 직전에 구출해
충성심을 이용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나의 이용 목적에 의해
한 생명을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하고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동물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일들이 곳곳에서 많이 목격되곤 한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쥐약을 놔 고양이를 죽이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안좋다는 이유로 개를 못살게 굴기도하는 등
약하고 저항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무도 많은 동물들을
하찮게 여기는 현상들은 내가 심각한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동물과 함께 공생하는 생활에서 미흡했던 점이 많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각자 동물들의 아픔을 털며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거듭나는 과정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 또한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