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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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륜 / 신영복 평전 / 김삼웅


사상범으로 몰려 20여년의 감옥 생활을 한 불운의 사나이 '신영복', 감옥에서의 고찰을 수기를 책으로 펴낸 <감옥으로의 사색> 외엔 사실 '신영복'이란 인물에 대해 딱히 알지를 못하였기에 <신영복 평전>을 보았을 때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땐 그런 시대였었어~' 라고 포기와 체념을 담아낸 말투를 떠올리는 듯한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르게 만들던 시절을 살아갔지만 그런 시대에 맞서기 위해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1941년 8월 23일 경남 의령군 유곡공립보통학교 교장 사택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의 출생연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조선을 폭압하던 시기였다.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가 근무하는 사택에서 자라며 일제 말기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기였음에도 그의 가정 형편은 안정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신영복의 아버지는 교사 신분임에도 일제강점기 일본인 교장 배척운동에 가담했을 정도였고 한글연구 비밀 서클에 관계했다가 쫓겨난 이력 또한 가지고 있었던 올곧은 성품으로 신영복 형제들이 물려받았던 올곧은 성품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제 시대가 끝나고 그가 국민학교 4학년이던 무렵 6.25를 겪게 되었고 이후 학교를 다니며 자신보다 못한 형편의 친구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제3대 민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기 전까지는 가정 형편이 보통 사람들보다 나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아버지가 야당 후보로 총선거에 나갔다 낙선한 후 집안 살림이 기운 것을 계기로 신영복은 부산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졸업만하면 바로 은행에 취직할 수 있는 훌륭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의 만류로 서울대 상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후 신영복을 비롯한 3남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가족은 시골 생활을 접고 서울로 상경하게 되고 신영복은 활발한 서클활동과 '청구회'라는 모임으로 꼬마들을 도와주는 모임을 이끌어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명석한 두뇌와 활발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음을 일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 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사상범으로 분류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20년의 세월을 복역한 그의 인생은 시대가 낳은 불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했던 한 인간의 고통과 고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일화들로 소개되어지고 있다.

아무리 그러한 시대였었다고, 그동안 숨기고 왜곡됐었던 많은 진실들이 폭로되고 있는 현실에서 피부로 직접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낯설고 충격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빛나는 청춘이었던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20년을 보내며 어떻게 그렇게도 초연할 수가 있었을까.... 결국 같은 물음이 계속 머리 언저리를 돌았던 것 같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움을 떠나 분노로 인해 두 다리를 편히 뻗지도, 잠을 잘 수도 없었을 것 같지만 그는 분노의 세월을 보내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내 고뇌하고 사유하며 자기 자신을 다스렸다. 20년이란 세월도, 자신을 다스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도 그것을 승화시킨 그의 모습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최근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영화 개봉으로 내가 직접 겪지 않았던 일들을 바로보게되면서 진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신영복 역시 그가 살았던 인생이 어찌보면 한편의 영화처럼 보여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가 없었다. 잔잔한 불꽃으로 사람들에게 불씨를 옮겨준 그의 인생을 책 한권으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라도 그가 걸어갔고 눈 감는 순간까지 이어갔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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