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 제1회 뉴베리상 수상 작가 핸드릭 빌렘 반 룬의 색다른 역사 이야기


어떤 관점에서는 무지보다 무서운게 없는 듯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편견보다 무서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지와 편견이 만들어낸 공포의 역사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을만큼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고통이 뒤따랐던 인류사를 역사 멀리 가지 않아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무지와 편견'에 촛점이 맞춰진 광기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Tolerance'라는 원제가 나타내듯
무지와 편견의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주제어는 '관용'임을 알 수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전쟁같이 인류를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던
큰 사건 속에서 항상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관용을 잃은 무지와 편견이었다.
인간의 끝도 없는 권력욕에는 이타심이랄게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이며
권력탐욕자들의 연설에 무지한 시민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결국 그들의 바람대로 광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게르만 인종우월주의자들이 유대인을 제거하고자 시도했던
히틀러의  부르짖음은 우매한 시민을 선동해 '홀로코스터'라는
거대한 재앙을 낳게 되었고 
무지와 편견에 가로막혀 제대로 보지 못한 인간 개개인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행복하지 않더라도 나치주의자들이 감히 손댈 수 없었던 인간의 고귀함을
아무런 고뇌와 생각없이 그저 쓰레기 처리하듯 쓸어버렸던
일련의 끔찍한 전쟁사를 뒤늦게 후회하고 바로잡기 위해
적어도 인간으로서 사고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하기 시작했던 대학 논술시험의 시도를 보더라도
무지와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몸서리 쳐질정도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출간되었던 때는 1925년으로
완벽한 현재를 만날 수는 없지만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핸드릭 빌렘 반 룬'의 고찰과 냉정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무지의 폭정'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옛날 옛적 원시 사회에 뿌리내려졌던, 현재로서는 터무니 없고
쓸모 없으며 무의미하게까지 보이는 원시 사회속에서
공공연히 자행되었던 그들이 최선이라 믿었던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양이나 염소, 심지어 사람을 재물로 바쳤던 그런 신앙들이
미개해보이고 잔인해보이기까지 하지만
자신들의 종교가 유일하다며 다른 종교를 이교도로 내몰아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을 일으켰던 그들에 비할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신'에 대한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로서
있다, 없다, 믿는다, 믿지 않는다의 이분법적인 차이로
가름짓지 않고 인간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 냉철한 사고력과
'관용'에 대해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저자의 풍부한 학식과 논리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비춰질 모습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냉철한 철학을
발하는 그의 이야기에 깊이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평소 종교적인 지식이 얕은 탓에
모든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종교인으로서 보여야 할 관용이 부족한 많은 이들이,
나같은 무신론자들이 종교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의 연을 이어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정치와 무역, 예술, 군국주의라는 타원형을 만든 실을
어느쪽으로 잡느냐에 따라 종심을 잃고 한 방향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현상을 그림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게 기억에 남는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이 타원형이 제 모습을 찾지 못했던 때는
항상 인류사에 있어 고통이 수반되었던 때였음은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사실 한번으로 읽는 것에서 그치기에는 기초가 얕은 탓에
어렵게 느껴졌던 때도 많았으나 뭔가 말도 안되는 자기 주관적인
일침으로만 점철되었던 글이라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고통 속의 세계사를 마주하며
역시 본질은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