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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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y PUBLY / 4인용 테이블 지음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일하는 여자들>이란 의미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속옷을 잠그는건지 푸는건지 모를 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감내하고 참아야하는 조건 속에서 그녀들에게 있어 일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순간 누구나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부모에게 기대어 몇 십년을 살다가 이제 본인이 알아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어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기도 하지만 나름 포부란 것과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다짐하며 좌절에서도 빠른 탄력성으로 돌아오게 되는 나이지만 결혼이라는 시점으로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젊을 땐 그저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지만 결혼을 하게되면 일을 하고 싶어도 걸리는 상황이 너무나 많아지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겪었었고 앞으로도 겪어가야 하기에 <일하는 여자들>에서 들려주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깊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일과 사회를 바라봐졌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감독 윤가은


<일하는 여자들>에 맞게 바꿀 수 없었던 성별인 '여자'란 이유가 일과, 사회 구조에 어떻게 연관되어져 있는지 볼 수 있는 한편 '여자'라서 그것이 불합리적이고 부당한 편견과 인식에 쌓여있는 보편화된 사회성과 다른 직업 환경 또한 엿볼 수 있다.
11명의 일하는 여자들의 삶과 일, 일에 대한 고뇌, 사회 속에서 느꼈던 부당함, 즐거운 인생을 되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도 여전히 인생을 행복으로 채워넣기 위해 일과 삶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마냥 남 얘기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들이라 공감과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이해심, 좌절하면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힘찬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은 젊어서, 아직은 결혼하지 않아서, 애가 없어서, 전문직이라서 등등의 온갖 변명거리를 구차하게 붙이며 나 혼자만 처절하고 외로운 워킹맘을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워킹맘 시절 내내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에 대한 소홀함 때문에 괴롭고 어긋나는 부부사이 때문에 힘겨웠고 모든 이들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 듯한 내 자신이 한없이 안쓰러웠던 시절 이 책을 보았다면 많은 위로와 긍정의 에너지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구차하게 갖다 붙였던 변명거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음을 그때도 모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책을 그때 읽게 됐다면 지금 그대로인 내 자신을 마주볼 용기를 얻었을 것 같다. 여자라서, 엄마라서, 아내니까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짊어지고 싶었고 힘들어도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욕심들이 있었다. 왜 그땐 모든것을 다 잘해야한다며 채찍질만 했을까? 힘들고 부족했던 내면의 내 자신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질 못했었던 것 같다.

<일하는 여자들>은 잡지 형식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는 느낌인데 그녀들의 일과 여자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겪었던 불합리한 인식들에 대해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지는 책이다. 삶과 일 모두에서,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만연하게 퍼져 있는 위험한 인식들에 대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될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소설과 에세이들을 만나면서 사회속에서 무수히 마주쳤던 불합리함에 맞설 생각보다는 그저 나를 버리며 순응하는 것으로 안정을 찾으려고만 했던 나의 모습들이 내 아이가 살아갈 날들에 대한 진보를 막고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여성 비하 발언을 할 때도 있었고 공감보다는 배타적인 모습으로 대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 느낌이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이 생긴 듯하다. 소개되어진 11명들의 직업은 잘 알지 못했던 분야라 생소하기도했지만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의미가 되지 않음을 이제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위안과 위로,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등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다.

"백은하.

내가 내 인생의 사장이 되는 거다. 누구에게 고용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사업자등록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직장을 안 다니고
청탁을 받지 못하면 그냥 나는 놀아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을 때도 할 일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때도 할 일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럼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에 관해 연구를 하면 되겠구나.
내 나름대로 '배우학'이라는 걸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배우연구소의 소장,
배우연구자로 살아가면 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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