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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ㅣ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평점 :
숨어 있던 광기가 폭발한다!
폭발하는 광기 속에 담아 낸 인간을 향한 뜨거운
질문들.
이미 여러 작품으로 많은
상을 받았던 전상국 작가님의 엄선된 9편을 새움 출판사에서 담아 출간했다.
플라나리아/ 우상의 눈물/ 우리들의 날개/ 침묵의 눈/ 맥/ 동행/ 전야/ 아베의 가족/
투석,
총 9편으로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거리던 작품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예전에 내가 읽었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물거리는 끝자락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던 기억의 끈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들...
다시 읽기 시작하며 이런 엄청난 작품들을 어찌
기억해내지 못했는가, 자책 아닌 자책이 들기도 했었다.
되돌아보면
인생을 십여년 겪은 풋내나는 삶에서 그 작품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겠으며 지금과 같은 감동을 어찌 느꼈을까
싶다.
잊혀진 것은 잊혀질 정도로 가벼워서가 아닌 지금 느낄
감동을 증폭시키기 위함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들었다. 그러나 쉬이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다. 그저 읽음으로서 철저하게 뒤틀렸던 우리네 역사와 그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변해가는 광기를 조금 엿보았을 뿐이다. 그렇다. 전상국
소설은 그 속에서 광기를 빼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듯하다. 인간이 담아내고 뿜어낼 수 있는 광기를 정말 엄청난 문장으로 뽑아낸 것이 전상국
작가의 단편들이 아닌가 싶다. 한편 한편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 느껴지던 기괴함과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역사의 순간으로 타임슬립해 그것을 생생하게 마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하게
다가왔다.
시냇물에 살던
플라나리아는 어디로 갔는가. 몸을 어떻게 잘라도 잘라 놓은 도막의 수만큼 재생되는 플라나리아와 나, 어떻게 해도 끝나지 않을 네버앤딩 스토리로
정신착란증이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정신줄을 놓을 뻔 했던 <플라나리아>
무섭고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학교의 우두머리 기표와 재수파, 학급은 물론 선생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기표와 친구들은
거칠 것 없는 질풍노도를 뿜어내고 있는 청춘들이다. 그 무엇도 두려울게 없어 학급의 산소는 그들을 주변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반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형우의 모습은 나이답지 않은 사악함과 교활함이 무엇인지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우상의
눈물>
점괴에 아들과 상극인
사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와 저능아인 막내 두호를 두고 벌어지는 집안의 갈등과 그런 속에서 동생을 향한 원망과 미움, 질투를 형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우리들의 날개>
형이 정신분열자라고 느끼기에 충분했던 이야기 전반을 차지하고 있던 광기는 반전 스릴러만큼이나 숨을 멈추게 했었던 <침묵의
눈>
동학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마을 유지들로부터 소작은 커녕 사람 구실을 못받고 살아가던 증조부의 업이 아버지에게 폭발해 애궂은 처녀를 건드리게 됐고 사변에 다 죽게될
아버지를 살리고 간 그 여인네와 그 곳을 떠나 사반세기가 넘게 고향에 들지 않았던 아버지의 귀향을 그린
<맥>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가 하루 아침에 생사를 건 원수지간이 되었던 시대에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버지 무덤을 찾아가는 억구와 근처를 찾아가는 나그네의 동행을
그리고 있는 <동행>
전쟁이 지나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시절 가진것 없고 부모 복도 없어 부모, 동생들 건사하기 위해 남의 집 식모살이 하던 춘자의
모습에서 산업화로 인해 자본주의가 시작되던 그 혼란스러운 시절이 인간을 얼마나 영혼까지 궁핍하고 메마르게 만드는지 보여주었던
<전야>
어머니 일기를
통해 어머니의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병신 '아베'와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에서 해방기 이후와 전쟁통에 온갖 역사적
소용돌이를 거쳤던 어머니의 일대기를 통해 수치스럽고 불운했던 민족의 역사를 볼 수 있었던 <아베의
가족>
어느 날 집안으로
투척된 돌로 인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그 호기심이 기저에 깔려 있던 가족들의 민낯을 볼 수 있었던
<투석>
해방기와 전쟁,
산업화와 민주주의,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그 혼란기를 처절하게 온몸으로 관통시켰던 멀지 않은 곳의 우리 이웃들 내지는 우리의 모습이 실려 있는
단편을 통해 인간의 무기력함과 불꽃같은 광기는 어디서 오는가를 자문해보지만 좀처럼 답을 낼 수 없는 물음들이 이어지는 밤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그저 작품 탓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