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거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고양이에게 무시당해 봐야 한다.
-아논 (과학자)-"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맨 뒷 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고양이와 관련된 명언 중에 아논의 글이 제일 와닿았던건 왜였을까?

개와 고양이,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이 아닐까 싶은데
나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를 택할 것이다. 물론 결혼전까지는 그랬었다.
지금은? 사실 개를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개와 고양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선택 자체를 할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선택해서 키울 수 있는 반려묘와는 반대로
길에서 살아가는 수 많은 길고양이들은 내가 선택해서 키울 수도,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동물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을듯하다.
골목길 어귀, 담장 위, 차 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
햇빛 아래 늘어져 하품을 하거나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들에게 기분 내키는대로 팔자 좋다며 조소를 보내거나
길 한복판을 차지하고 비키지 않는 길고양이에게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거나
발정나 우는 고양이에게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른 기억,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쯤에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어쨌든 고양이를 격하게 싫어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를 격하게 좋아하지 않는 이상 생활속에서 부딪치게되는
고양이와의 여러가지 마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줄 책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나는 과연 길고양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요즘 같이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고양이들은 어디서 잘까?
뜬금없는 궁금증과 안쓰러움이 절절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이런 어줍잖은 마음이 얼마나 고양이에게 민폐이며
그저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찬 바람과 눈발을 막아주기 위해 집으로 데려온
나의 쓸데없는 연민에서 비롯된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그릇된 것인지,
그런 자기애에 넘치는 연민이 고양이들에게는 얼마나 해가 되는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안쓰러움에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저지른 일들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것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전 고양이와 관련된 책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따르는 길고양이를 입양해 데려와 키우며
그것이 얼마나 고양이에게 상처가 되었는지,
결과적으로는 함께 생활하지 못한 채 고양이와 헤어지게 된
상황에서 오는 미안함이 실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던지라
고양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깽이라고 귀여워서 데려오거나 나를 잘 따른다고 데려와
고생하는 집사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길고양이에 대한
측은지심만으로 시작하는 동거생활에 대한 신중함을 부각시켜주고 있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제목에 있는 것처럼
길고양이와 함께 공존하기 위한 최선을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모색해나가는 것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TNR이라고하는 중성화에 대해 동물 본연 그대로를 훼손한다는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길고양이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TNR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공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는 설명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TNR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애초에는 길고양이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랬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덮어놓고 불쌍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TNR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다함께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 또한
필요한 것 같다.

길고양이 안내서답게 주변에서 일어나거나,
뉴스에서 보았던 사례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이미 캣맘이나 캣대디를 실천하거나 실천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가짐과 길고양이로 인해 이웃간의 다툼,
고양이 질병이나 위험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정리되어 있어 고양이를 키우거나
캣맘, 캣대디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할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 

인간보다 작고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외모로만 판단되어져 인간의 마음대로 휘둘림 당하는
많은 동물들에 대한 인식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내 기분에 따라
많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