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정명섭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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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
이미 여러차례 재난 영화와도 같은 광경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시정되어 관리되지 못한 현실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고를 당해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는 커녕 무수한 음모론을 조장하는 언론과 정치인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있어 사고란 정말 재수없다고 치부해야할 남의 일이 되어버린 지금, <붕괴>라는 제목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언제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약자'란 이름의 선량한 그들에게 일어나는 사고에서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받고 싶어하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붕괴>란 소설은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까 궁금증이 일었었다.

세화병원 8월 19일 오후 4시 붕괴,
병원이 붕괴된다는 사전 통보를 받은 사람들, 이 부분부터 내가 글을 잘못 읽은건가? 싶어 다시 읽어나갔던 부분이었는데 테러가 아닌 이상 사전에 병원이 붕괴된다는 통보를 받는다는 설정이 의아하게 다가왔었다.
애인 주미애를 죽였지만 생사확인을 위해 병원으로 잠입한 김진수, 그런 주미애의 오빠 주희섭, 링 위에서 자신의 아들이 날린 펀치에 뇌사 판정을 받은 심민수의 생사확인을 위해 잠입한 이대백, 뇌사 판정을 받은 심민수의 어머니 이정자, 철인 3종 경기에서 다리에 쥐가 나 죽어가는 연인을 뒤로했던 김슬기, 하나뿐인 아들이 병에 걸려 입원중이며 아이를 병간호하는 아내를 찾으러 간 나정현, 자신을 철저하게 배신한 한나를 찾으러 간 최민우, 단골 다방 주인을 찾아 건물에 들어간 이무생, 이대백의 아들 이형주, 문란한 사생활에서 낳은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리와 김원섭 부부, 두목이 병원에 갇혀 잠입한 김달호와 윤삼식, 그리고 세화병원의 이사장 차재경은 붕괴된 병원 내부에 봉사단체라고 속여 잠입하게 된다. <엑토컬쳐>라는 실험을 승인한 이들은 가족인 사람도 있고 연인인 사람들도 있어 병원안에 있는 실험자들과 다양한 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붕괴된 병원에 잠입하기 위해 미리 사전 통보를 받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정이건 애증이건간에 실험자들의 생사를 확인해야하는 그들의 목표로 인해 붕괴된 세화병원의 잠입은 어렵지 않게 시작된다. 

<엑토컬쳐> 실험을 승인하고 거액의 금액을 받은 사람들은 아프거나 죽기 직전의 실험자들과의 복잡한 관계가 있지만 정확히 차재경이 말하는 <엑토컬쳐> 실험이 무엇인지 모른체 그의 말만 믿고 지하 7층에 매몰된 가족이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지하로 이동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임상실험중이었던 동물들의 변형 이야기를 듣게되고 괴물로 변한 동물들의 습격을 차례대로 물리치며 한층 한층 지하로 향하게 된다.

사실 생생한 재난 소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병원의 이사장 차재경이 증축까지 시켰던 멀쩡한 병원을 붕괴시키면서까지 지키거나 혹은 은폐하고 싶어한 그 무언가의 끝을 알고 싶어 인내심을 가지고 읽게 됐던 소설이었다. 기대한 재난 소설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인간과 실험자들과의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서술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설의 큰 설정은 있는데 세부적인 생생함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라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인간 내면의 공포심과 잔인함 등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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