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 - 미노스의 가족동화
미노스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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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만 했지 그 동화책을 오롯이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동화를 통해 내가 느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에만 관심을 두었었다.
어른에게도 어릴 적 들었던 동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군가의 이야기로 흘려듣듯이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사는게 바쁘다는 이유로 직접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화보다는 현실에서 오는 위로와 격려를 담은 에세이나 고전을 찾아 삶의 위안을 삼았었는데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라는 책을 보고 동화가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을 접했을 때만해도 이것 저것 열심히 짜낸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이 얼마나 찌들어 있는 삶인가...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장 한장 읽어내려 갈수록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팍을 파고들어 하나만 더 들려달라고 졸라댔던 옛날 이야기처럼 이야기 하나하나 깊은 감동과 따뜻함, 사랑이 묻어나는 글들로 인해 책을 덮을쯤엔 차고 넘치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기분은 동화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지 않아 큰 기대치가 없었던 어른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어른을 위한, 내 아이를 위한 가슴 벅찬 동화들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억지 신파스러울 정도로 슬프지도 않다.

지극히 정상적인 내 아이를 날카로운 말들로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바보새> 이야기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두근거렸던 연애 시절을 뒤로하고 오랜 세월 두근거림 없이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부부사이의 처음 사랑하던 때를 떠올릴 수 있었던 <서프라이즈!>, 시간의 빠름과 느림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던 <랄랄라 시계마을>, 모든 세계는 인간에게 좌우되며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새들의 통설을 새들이 눈에서 본 우화 이야기 <새들, 진실의 가지 위에서 말하다> 등 낯설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글도 만날 수 있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도 그 깊이가 다른 풍부한 문체에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에 가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 작가의 서문에서처럼 딸이 손녀를 위해 동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많이 읽는 안데르센 동화나 이솝 우화, 탈무드를 동시에 읽었을 때 느껴지는 감동과 즐거움을 아마 <어른이 되었어도 너는 내 딸이니까>를 통해 느껴보리라 생각한다. 책 표지에 있는 어두컴컴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숲속길을 책으로 길을 비추며 찾아가는 주인공의 그림은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인생의 깨달음과 감동을 받은 느낌이 강해 쉽사리 잠이 들 수 없는 밤을 선물해 준 어른을 위한 미노스의 가족동화. 추운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는 어른이라면 봄볕에 사르르 눈이 녹듯 마음 속 얼음들을 녹여줄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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