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채근담 - 담박함의 참맛을 알 때면 채근담이 들린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홍자성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목민심서를 읽으며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씩 소개되는 채근담을 읽으면서 제대로 된 채근담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전과 달리 채근담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함이 들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채근담'을 지은 홍자성이란 인물에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한다. 명나라의 유학자의 글에 언급된 '친구 홍자성'이란 글로 보아 그와 같은 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을 추정할 뿐이고  '사람은 채소 뿌리를 씹는 맛을 알아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라는 송나라 때의 유학자 왕신민이 한 이야기라고 전해지는 말이 제목의 근간이 되었음을 볼 때 청렴결백을 몸소 실천하는 담박한 삶을 살아갔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뿐이다.

'홍자성'이란 인물의 삶은 알 수 없어도 그가 남겼다는 글을 통해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공자나 노자, 장자처럼 사상이 깃든 것은 아니지만 '채근담'을 읽다보면 같은 사상을 공유하지 않아도 그들이 한 목소리를 냈던 글들과 같은 맥락의 글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글에서 나타나는 그 사람 특유의 세련미나 학자에게 깃들어 있는 사상등을 만나볼 수는 없지만 글에서 풍기는 내용은 강하지 않은 담박함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유학이나 도가에서 나타나는 인물에 대한 비유가 별로 없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글들인데 외려 그런 이유로 누군가의 생각에 치우침 없이 사유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안겨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분명 책의 제목처럼 인생의 절반쯤 이르렀다면 수 없이 겪어봤을 창피함과 부끄러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는 후회감이 있게 마련이다. 혹은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상대방 앞에서 잘난척했던 일들을 타인을 통해 반추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는 이미 많은 경험과 후회가 있기 마련이고 그 실수를 통해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겸손함을 배워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엔 돌이키기에 너무나 큰 실수여서 남은 생 자체를 다시 시작할 용기도, 의욕도 없을지 모른다. 참담한 결과와 원망스런 세상을 향해 될대로 되라고 퍼부어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들을 크건 작건 인생을 통해 경험하기 때문에 채근담은 앞으로의 날들을 독려해주는 글들이 될 것이고 큰 실패없이 살아 겸손함이 부족한 이라면 겸손의 미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글들이 될 것이다. 각자 다가오는 글귀는 다르겠지만 그 글들이 가슴속에 뿌리내려 깊이있는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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