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집 - 오감도와 날개 그리고 권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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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일곱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 사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이지만 그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난해한 글에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껴봤을 것이다. 뭔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욕으로 그의 시나 수필에 달려들지만 글에 담긴 난해성 때문에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 실패감에 젖어 다시금 도전해보게 되는 것이 이상의 글이 아닐까 싶다.

이상은 일본의 강제조약이 이루어져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했던 1910년에 태어나 굴욕의 소용돌이 속을 살다간 인물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물 일곱해를 살았던 그때에도 일본의 침략을 받으며 노예처럼 살아가던 수 많은 조선인들의 생생함을 직접 보며 살았으니 그가 남긴 글들이 어둡고 쓸쓸하며 자조적이고 무기력하며 난해한 것과 연관이 있을 듯하다. 나라의 국권을 상실한 와중에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고 날로 흉악해지는 일본의 만행앞에 비굴하게 내팽개쳐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끊임없는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시와 수필, 겉으로 드러날 수 없기에 그런 갖가지 감정들을 단어 속에 문맥 속에 꽁꽁 숨겨뒀던 것이 아니었을까.

학창 시절엔 난해하면서도 글이 주는 단어로의 인식이 있어 젊음에 대한 절규가 담겨 있는 글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던데 반해 이번에 다시 읽는 이상의 글은 글 속에 숨어있는 인간애의 몰살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유명한 '날개'를 비롯하여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해주었던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난해한 글로 인해 그것을 해석하는 각자의 몫으로 탄생한 작품 또한 굉장한 흥미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여름에 만나보았던 네이버 미스터리 공모전 수상작이었던 '부유하는 혼'에서는 이상의 '시 제1호'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지지 않는 혼이 부유하며 타인의 몸에 깃들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13인의 아해에 대한 이상의 '시 제1호'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다가왔었다. 기묘하거나 몽환적이거나 긴박한 추리소설에도 잘 어울리는 그의 시들은 그러한 이유로 난해하지만 사람들의 오랜 관심을 받아왔던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조각조각 만나보았던 이상의 만나보지 못했던 시를 만날 수 있었고 서문에 나와있듯이 이상 시집은 꼭 필사하여 그 의미를 되짚어 곱씹어봐야할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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