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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포르투갈의 높은 산엔 뭐가 있을까?
제목만 보고 궁금증이 동했던 <포르투갈의 높은 산>
세 명의 각기 다른 남자들의 등장하는 이 소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공통점을 안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 아버지가 일주일을 사이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 토마스는 자신이 일하던 고미술박물관에서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도 본 이가 없고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던 그 일기장 속에서 율리시스 신부가 홀린듯 반복해 쓴 '이 곳이 집이다'라는 글귀를 보는 순간 토마스는 율리시스 신부가 토해낸 그것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부유한 삼촌한테 차 한대를 빌려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어딘가에 있을 그 곳을 찾기 위해 감내하는 그의 여정은 우습기도하고 안타깝기도하다. 슬픔으로만 가득차 있던 종전의 감정이 차 한대로 인해 웃픈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토마스가 바라던 것을 만날 수 있을까?
두 번째 등장하는 에우제비우는 병리학 과장이며 그가 하는 일은 시신을 부검하는 일이다. 어느 날 그의 아내는 알 수 없는 뚱단지 같은 소리를 던지고선 사라져버리고 해결될 기미도 없이 남편의 시신을 부검해달라는 여인 마리아가 등장한다. 당장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후 쏟아지는 마리아의 행동은 울컥하게 만든다.
세 번째로 등장하는 상원의원 피터, 아내가 떠난 자리는 피터에겐 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자리를 피터는 침팬지 오도로 대신하기에 이른다. 오도의 자유를 갈망하는 눈빛을 읽은 피터는 모든 것을 던지고 오도와 함께 포르투갈로 향하게 되고 침팬지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피터는 동물과의 교감을 배우게 되며 그의 몸에 배었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며 사랑하고 의지했던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것이 죽음이 되었든 이별이 되었든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겪어야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의 문체로 태어난 감동스런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종교와 역사적인 이야기로 인해 인간의 고귀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동물과의 교감으로 다시 태어난 피터처럼 삶에서 비로소 느껴야 할 것들이 이것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