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 대표 정치인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 총리,
트리클다운 정책인 아베노믹스와 안보 관련 법제를 위해 개헌을 마다않는 우경화의 대표 아이콘 '아베
신조',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한국으로서 다소
간경하기까지 한 그의 행보가 더욱 눈에 가시처럼 다가온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그 외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영토 문제, 중일전쟁이나 러일전쟁,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을 치르며 강제로 동원되고 학살된 이들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금 일본의 부활을 전면에 외치는 아베 신조의 신념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물음에서
시작된 책이 바로 <아베 삼대>이다.
그가 꿈꾸는 일본의 부활이 갖는 궁극적인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하고 파괴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베 신조의 어린 시절과 자라왔던 배경, 정치적 스승과 정치계에 입문하여 그가 걸어왔던 행보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만나본 적이
있었다. 다만 이 책은 그간 아베 신조와 관련된 책에서 보지 못했던 아베가의 삼대에 관해 집중 취재한 르포르타주 이야기라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과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의 이야기를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존경의식이 깔린 무조건적인
예찬론을 최대한 배제하여 '아베 간', '아베 신타로', '아베 신조'가 걸어갔던 정치방향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아베 신조가 걷고 있는 길이 무엇을 가져올지 염려하는 사람으로서의 비판적인
모습 또한 담겨 있지만 주관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8월 15일 아베
신조는 야스쿠니신사 대신 본인의 고향인 야마구치의 요시다 쇼인 신사를 찾아 참배를 했다. 아베 신조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요시다 쇼인, 그는 서구 열강의 힘을 인정하고 개항을 해야하며 막부정권을 무너뜨리고 천황 중심의 근대국가 건설을 주창해 메이지유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인물이다. 막부정권에 의해 젊은 나이에 처형되었지만 그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정한론을 주창했던 그 유명한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이었다는 것을 볼 때 아베 신조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정치 세계가 어떠할지는 더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우익 세력의 뿌리가 되었던 곳이 야마구치와 가고시마이고 아베 신조 역시 야마구치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전
총리이며 아베 신조가 자랑스러워마지 않는 '기시 노부스케'가 그의 외할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미일 안보조약'을 이끌었던 '기시
노부스케'의 정치적 업적들은 외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던 아베 신조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것은 확실한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베 신조의
친할아버지인 '아베 간', 과 '아베 신타로'가 걸었던 정치 행보가 '기시 노부스케'와 정반대였다는 것인데 평화를 주창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외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베 신조의 집안이 정치적인
집안이며 정치세습의 대표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친가와 외가 모두 정치에 몸담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베 신조라는 인물이 걷는 부정적 정치
행보로 인해 아베 신조의 친가 역시 비슷한 정치사상에 바탕을 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베 삼대>를 통해 아베 신조와 달리 친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정치사상의 근간이 아베신조와 다르다는 사실이 제일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아베 신조와 달리 친할아버지인 '아베 간'에 대해서는 고향
사람들 대부분이 그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비록 중심에서 떨어진 촌이지만 지역 대지주였을만큼 부를 자랑했었던 그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판이 좋다는 것은 당시 다른 지주들과 차별화되었던 그의 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그의 친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제대로 받았으면 지금과 같은 정치행보를 걷지는 않았을텐데 아베 신조가 성장하게 된 배경을 통해 사람이 자라며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