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의 비밀
김태유.김대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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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권 이동에 대해 이만큼 세세한 책이 있었을까 싶다.
패권?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전쟁, 발달된 전쟁 살상 무기, 경제력이 우선 떠오른다.
연상되는 것을 나열해보니 패권국인 미국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며 열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동이 될 거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쉽지 않을거라는 목소리 또한 팽배해있기에
앞으로의 패권구도가 어떻게 이동하게 될지 궁금하기 마련인데
그런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주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경제학과 역사를 합친 '경제사'라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주는 의미가
<패권의 비밀>이라는 책을 만나 간과했던 '경제사'에 호기심을
불어넣어주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역사, 경제학 책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흥미 위주로 가는 역사서와는 다르고
딱딱한 통계와 차트로 도배된 경제서와도 다른 느낌이라
다소 이해가 부족해 문맥을 되짚어 몇번을 읽어봐야했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한 방향으로 정체된 지식의 틀을 깨고
다방면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지만 제대로 된 사유를 할 수 있게 되기전까지는
책을 보거나 정통한 사람의 지식을 빌어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것들이 쌓이고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의견이 더해지면
새로운 앎에 대한 흥분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어렵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즐거움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1. 경제와 전쟁의 순환, 그 이론과 역사
2. 바다 위의 농업 제국 스페인
3. 최초의 상업 국가 네덜란드
4. 상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 18세기 영국
5. 영국 산업 사회의 완성과 쇠퇴
6. 미국 산업 사회의 형성
7. 미국 산업 사회의 완성
이라는 큰 주제를 통해 패권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패권의 향방은 단순히 농업에서 상업으로, 상업에서 산업으로의
발달 단계를 거쳤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스페인과 같은 거대한 농업 제국을 제압하고 네덜란드가
패권국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농업 사회에 비해
상업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속적인 경제 성장,
즉 경제 체제의 우월성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16~17세기 유럽에서 '군사 혁명'이 일어났을 때
상업 사회가 바탕이 된 우월한 경제력이 패권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당시 군사비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프랑스는 군사비 비중을 75퍼센트,
표트르 대제의 러시아는 85퍼센트,
내전이 한창이던 크롬웰 시대의 영국은 90퍼센트에 육박했다는
것을 볼 때 스페인이 왜 네덜란드에 밀리는 수모를 겪어야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 사회만으로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네덜란드는
신상품을 발굴하지 못한 상업 자본이 결국 금융과 투기의 자본화가 되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신상품을 계속 찾아야하는 어려움과
상업 사회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쳐
같은 상업 사회의 단계에 있었지만 양모와 같은 국내 농업 생산품을
국내 수공업의 원산화를 통해 제조업으로 발전시킨
영국에 패권을 넘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농업, 상업, 산업의 쇠락기를
역사의 얕은 면과 부합시켜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패권 향방의 시대적, 구조적 특징에 대한 세세함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게 해주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이미 일어난 역사는 모두 알고 있지만
그 역사적 흐름의 밑바탕에 패권 향방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모습을 조심히 내다볼 수 있는 사고의 힘을 부여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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