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그림 - 그림 속 속살에 매혹되다
유경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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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이 주는 완벽한 속임수와 일탈이 좋다.
그것은 그림이 날 사유하게 한다는 뜻이고 움직이게 한다는 뜻이고,
싱싱하게 살아 있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사랑받는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는 자가 되고 싶다.
그렇게 그림은 내가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말해준다.
그림은 항상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청초한 알몸의 고디바가 말에 올라타 있는 책 표지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마련일 것이다.
그림만 보면 외설스럽게 보일 소지가 다분하나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눈으로 보고 판단한 것과 다른
고디바의 애민정신에 감탄을 하게 된다.
길거리로 보이는 배경 앞으로 영웅에 대한 그림에서 자주 보이는 백마 위에
아리따운 알몸의 여인은 긴 머리로 가슴을 가리고 수줍은 듯
말 등에 앉아 있다.
앳된 몸과는 달리 감은 눈과 지그시 다문 입은 뭔가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데
이 그림은 존 콜리어의 그림으로 탄생한 <고디바 부인>으로
11세기 중세 영국 코벤트리시의 영주 레오프릭 3세의 아내였다.
실제 인물로 백성들에게 향한 과도한 세금 징수와 폭정을 일삼는
남편에게 세금 내릴 것을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제대로 듣지 않고
이에 고디바가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는 세금을 내리지 않으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돌아다니겠다는 이야기였다.
레오프릭 3세는 설마 고디바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대로한다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하는데
정말 고디바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길거리로 나가자
세금을 깍아주었다고 한다.
고디바가 알몸으로 길거리에 나서기 전에 그럴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백성들은 알몸의 고디바의 숭고한 뜻을 받아 모두 집으로 가 커텐을 내리고
그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이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재단사 '톰'이 고디바의 몸을 훔쳐보게 되고
관음하는 자의 속어인 '피핑톰'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책엔 그림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보면 외설스럽게 다가오는
그림들이 등장한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호기심과 본능, 질투, 사랑의 이야기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과 화가들의 그림과 조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년에 그림과 관련된 책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라는 그림을
알게 되었는데 이 그림은  
알몸의 다나에가 한껏 달뜬듯한 얼굴에 홍조를 띄며
꿈을 꾸는 듯이 잠든 모습 옆으로 황금색 빗줄기 모양이 인상적인데 
신탁이 예언으로 인해 청동 감옥에 갇혀 있게 된 다나에에게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해 찾아들어 사랑을 나누는데
이 황금비는 제우스이면서 동시에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연상시켜 오묘한 인상을 주고 있다.
내용을 알고 그림을 본다면 감탄이 저절로 나와 고개가 자연히
끄덕여질 수 밖에 없는 <다나에>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그림과 그 속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다가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지만
딱히 정의 하지 않은 그림 속 이야기를 내 생각대로 풀어 정의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림은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림을 통해 그녀의 사유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그것을 내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풀어가는 과정도 꽤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림을 보면서 아무런 감흥 없이 보았던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보며 생각하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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