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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기행 -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오름 40곳
손민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해외여행을 가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국내여행에서는 왜 이렇게 사진만 찍어대는지 모르겠다.
다 알고 있다고 믿어서일까."
그 어느때보다 제주도 관련 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옥빛 바다와 흰 모래사장, 드 넓게 펼쳐진 푸르른 들판,
묘한 신비함을 품은 나무들과
가슴까지 뻥 뚫릴 듯한 거대한 바람 앞에서
회색 콘크리트 벽에 갇혀 매일매일 정신없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그런 제주도의 풍경에 감탄하고,
설레고, 위로받는다.
최근 제주도 관련 예능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제주도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시기가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매일 볼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는 초라함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거대한 자연이 뿜어내는 위대함이 포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바람에 부응해 제주도 관련 여행책들과
관련 프로그램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지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제주 관련 책들 중에 흥미로운 책
<제주, 오름, 기행>을 만나게 됐다.
"오름 어디까지 가봤니?"
책 제목을 보면서 문득 CF 한 구절이 생각났는데
나에게 오름이란 미지의 곳이 아닐까 싶다.
젊었을 땐 오름에 대해 알지 못해 가보지 못했고
그 뒤에 이어진 제주도행에서는 무릎이 안좋은 부모님과의 여행으로
오름은 자연이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높이가 있어 오르기 힘든 곳이 아니란 인식 덕분에 꼭 오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매번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곳이 또한
오름이었다.
그래서 <제주,오름,기행>은 오름에 대한 궁금증과 설레임,
미지의 개척지로 여겨지는 마음이 한데 묶여 나에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세월 제주 오름에 오르며 제주도와 함께 한
저자의 세월이 고스란히 책에 녹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곳을 가든 그 곳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제주도와 관련된 오랜 이야기가 함께 녹아있는 이런 책을 애타게
기다려왔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 등이 실린 책들은 너무나 많다.
물론 그런 책들을 만나면 직접 보지 못했던 색다른 풍경을 만나
나름대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 뭔가 아쉬움이 더해진다.
나는 제주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제주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제주도 이야기에 목말라했는지 알게 되었다.
오름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 오름과 더불어 풀어내는
제주도의 많은 이야기가 있어 그 어느 여행책보다 심취해서 읽게 됐던 것 같다.
제주도가 보여주는 멋진 풍경이 다가 아닌
역사적 슬픔을 간직한 모습 또한 보고 싶었던 것이 나의 바람이었지만
항상 해갈되지 않은 갈증을 품고 있었는데
<제주,오름,기행>을 보면서 오름 속에 숨어있는 많은 제주도 사람들의
애환과 삶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었다.
올 봄 제주 여행에서 4.3 평화공원에서 다랑쉬동굴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며
한참을 서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제주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이 그 곳이었는데
제주의 기형과 역사, 풍경 사진, 제주 이야기가
오랫동안 살았던 현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다가와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왔다.
제주 풍경과 명소 이야기가 주가 된 것이 아닌
나와 같은 갈증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뜻밖의 행운을 만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