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하나님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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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의식의 숙연함,
그 이면에는 이교도의 의식,
이른바 어둠의 의식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렇듯 역사는 거룩함을 향한 집착과
그 너머에 교활하게 꿈틀거리는 어둠의 의식,
그 강렬한 어둠의 찬미도 함께하는 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약혼녀를 버리고 인생의 탄탄대로를 선택한 남자 정민규.
미국에서 성공한 재력가로 뉴욕한인교회의 일등공신인
장로의 딸과의 결혼으로 정민규는 부족할 것 없는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단란한 가정과 교인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로서의 삶을 살았던 정민규.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바람같이 찾아온 여인 연주와의 불륜으로
정민규는 가진 것을 모두 잃고 그의 고향 율주시로 돌아오게 된다.
14년만에 밟은 한국행, 뉴욕한인타운에서의 그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의 율주제일교회의 담임목사 제의를 받은 정민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14년만에 율주를 찾았던 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인 김인철 장로.
율주제일교회에서 제왕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에게는
악마적인 취미가 있었으니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힘든 비밀에
다가선 정민규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쁜 하나님>을 읽다보면 실제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도가니'를
보는 듯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야기는 '도가니'와 '내부자들'을 보는 듯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의 화두는
정민규가 논문으로 썼던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믿고 싶은 하나님의 여러가지 모습을 바라보게 해준다.
사실 기독교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평소 생각하고 있었지만 불편한 감정 소모가 싫어
쉬이 사람들과 섞을 수 없었던 주제였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답을 낼 수 없는 물음이지만 뭔가 조금은 속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피할 수 없는 궁극적인 궁금증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또 다른 바람이 신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신은 과연 있는 것일까?' 란 물음은
믿는 자에게, 믿지 않는 자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부여되어 어찌보면 쓸모 없는 물음에
지나지 않는가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에 대해 드는 궁금증은
많은 이야기를 탄생하게 하는 것 같다.

주원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고 무겁고 불편한 이야기가 주는
어두운 면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는데
이번 작품도 그런 느낌을 피해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신성함의 대상 '하나님'이란 주제를
인간적인 시선에서 던진 물음들은
독자들에게 숙제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희들은 하나님은 미쳤어.
악마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퇴장해버린......
진짜 나쁜 하나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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