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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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서관에서 민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살아오며 민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적도 없었고 학창시절에도
민화에 대한 흥미를 끌어냈던 수업이 없었기에 민화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더랬다.
예술만큼이나 굴곡진 삶을 살았던 서양 예술가들에 대해선
아릿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우리것인 민화에 대해서는
서양화와 비교하여 그저 우습고 가볍게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밑바탕에 깔린 민화에 대한 나의 인식은
민화 수업을 들으며 민화가 얼마나 독특하며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것이었는지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보면 볼수록 흥미롭고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이 민화이며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서양화와는 달리 친근하여
단조로워보이기까지하지만 한참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민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민화 수업을 들은 후 민화와 관련된 책을 여럿 보게 되었다.
하찮다고 여겨져 역사의 뒤로 사라져버린 민화에 대한 아픔을 들었기에
우리것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었는데
정병모 교수님의 <민화는 민화다>라는 책은 민화의 알아가는 재미를
더욱 극대화시켜주었다.
알수록 더 많이 보인다고 했던가?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이말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알고 볼 수록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역사와 관련된 문화재를 볼 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하는데
바로 <민화는 민화다>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민화는 삶의 이야기다.
민화는 꿈의 이야기다.
민화는 복의 이야기다.


미국 민화 연구가 베트릭 럼포드는 민화를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 이라고 했다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림에 대해 무지한 나조차도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됐다.

때로는 풍자와 해악이, 때로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바램이
깃들어 있는 민화.
다소 못그린 듯하고 우스꽝스럽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어눌졌던 기분을 한결 밝게 해준다면
그 자체로도 민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할 것이다.

 

 

 

 

 

출세와 다산, 가정의 화목과 행복,
건강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민화.

평상시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책거리가 눈에 띌 것이다.
책과 함께 일상 용품들을 그림 속에서 만날 수 있어
단조로워보이지만 주인의 성품까지 엿볼 수 있는데
보통 책거리하면 남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일쑤였었고
그렇게 보아왔기에 여성의 책거리 그림은 단연 돋보인다하겠다.
그 중에서도 다남을 상징하는 수박이 깍이지 않은 상태로
긴 장도에 찔려 있는 모습은 태어난 그 자체가 아이를 낳는 씨받이처럼
여겨졌던 여자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하겠다.

그리고 문자도도 참 흥미롭게 보았는데
박물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문자도에
잉어나 부채등의 그림을 만나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의아함이 들곤 하였는데
유교문자도의 '효자도'에  각 획에 보이는 그림은
효심으로 유명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깊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효'자에 쓰인 각 획에는 왕상이란 효자의 이야기는 잉어로
맹종의 이야기는 죽순으로, 황향의 이야기는 부채,
순임금의 이야기는 오현금으로 대체되었다는 이야기는
민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하겠다.

이렇듯 인간의 삶을 그림에 그대로 담은 민화는
때론 궁중화와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만날 수 있어
그 뜻과 인간의 바람을 함께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민화는 민화다>는 민화 하나하나마다 즐거움으로 만날 수 있게
독자를 이끌어주고 있어 민화의 매력은 물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다닐 박물관행에서 이제까지 알던 민화를
더 넓은 식견으로 바라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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