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부부싸움 - 조선의 역사를 바꾼
이성주 지음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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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진실을 알고 있다.
왕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겪어야했던 갈등과 고민에 대해 우리는 사극에서 수 없이 보아왔다. 어릴 적에 '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겠지?' 라는 생각은 사극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요즘 어린이들조차 하지 않는 생각일 것이다. 아마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단지 왕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안고 살았을 수 많은 불안감과 왕이지만 많은 대신들로 인해 자신의 의견 하나 피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극을 보고 있으면 그런 왕에게 죽고 못 살 것 같은 아리따운 여자와의 로맨스가 그려진다. 말도 안될 것 같은 극적인 로맨스가 있기에 보이는 그대로 다 믿지는 않아도 보이는 그대로가 너무도 심쿵하게 다가오기에 말도 안될 것 같은 시나리오지만 '에이 사람인데 저런 감정쯤은 가지고 있었겠지..'란 생각으로 조금씩 기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왕실에서 정해준 여자와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미천한 출신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더 애달프게 다가오는 전형적인 사극 로맨스, 우리가 드라마에서 뻔질나게 보아왔던 왕들의 로맨스는 실제로 어떠했을까? 그런 궁금증을 아마 가져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왕들의 부부사이를 실록을 통해 유추해보는 <조선의 역사를 바꾼 왕들의 부부싸움>

정치적 수단으로서만 부부의 연을 맺었던 나쁜 남자 태종, 우리가 알고 있었던 위대한 왕의 모습에서 비켜간 파파보이 세종, 보는 눈이 까다로워 단종의 비극을 초래한 문종, 왕이 될 수 없었지만 장인인 한명회를 등에 업고 왕이 되었던 성종,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뜬금없이 왕이 되었고 치마바위라는 애달픈 로맨스를 남겼던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중종, 방계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끝까지 피바람을 멈추지 못하게 했던 선조,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희생자였다? 권력 앞에 냉정했던 숙종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몇해 전 '육룡의 나르샤'라는 드라마에서 권력의 야심이 있었던 이방원은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당대 최고의 집안이었던 여흥부원군 민제의 딸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드라마에서도 내세울 것 없었던 이방원은 대장부다운 호기로 원경왕후가 된 민씨의 아버지 민제에게 강한 어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방원의 싹수를 알아보고 머뭇거리는 민제를 달래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 바로 민씨였으니 드라마에서 가히 과장되게 나온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방원의 입장에서는 뒷배경을 든든하게 해주는 정치적 후원자가 생겼고 정치적으로 이해타산이 빠른 민씨의 내조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어 1,2차 왕자의 난 이후 태종이 되었지만 사랑없는 시작이 그렇듯 모진 세월 옆에서 내조했던 원경왕후 민씨의 공을 잊고 후궁들을 많이 두었으니 민씨로서는 얼마나 분개했을까 싶다. 더군다나 민씨는 출신 자체가 빵빵했던지라 아무리 왕이라지만 자신 또한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했던 여장부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아마 이런 모습이 태종으로 하여금 더 멀어지게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정치적으로 어떤 내조도 마다하지 않았던 원경왕후의 그런 강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들의 오라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부부가 아닌 원수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태종과 원경왕후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어릴적부터 보았던 사극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내용들이라 특별할게 없었지만 최근 7일간 왕비 자리로 있다 폐위되어 오랜 세월 비련한 인생을 살았던 단경왕후 신씨의 이야기를 다룬 <7일의 왕비>라는 드라마로 애달픈 사랑을 그려낸 중종의 반전 이야기에 약간 충격스럽긴했다. 우리가 보아왔던 사극에서는 왕으로 모시러 온 병사들을 보고 연산군이 죽이러 온줄 알고 겁을 집어먹던 심약한 임금으로 자신의 아내가 폐위될 때도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던 왕이 중종이었다. 얼결에 왕이 된 만큼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제한적이었고 또 그런만큼 심약한 왕권생활을 했던 모습이 많이 그려지고 있는데 단경왕후 신씨가 폐위되고 그 슬픔에 신씨가 있는 방향을 보며 울기에 이를 들은 신씨는 중종이 보이는 바위에 치마를 걸어놓아 가슴 절절한 치마바위 전설을 탄생시킨 장본인들이지만 여기서 중종이 재위해 있는 기간동안 아무리 얼결에 왕이 되었다해도 그 긴 세월동안 신씨를 다시 궁에 들일 수 있는 힘이 없었던 것일까?란 물음은 감성으로 포장해 안타깝게 포장되어졌던 중종 로맨스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이렇듯 어릴적부터 사극에서 보아왔던 이미지가 컸기에 이 책을 보면서 사극이 주는 이미지를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충격스러웠다. 그래서 한번도 냉정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한번씩 비틀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왕이기 이전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부부생활은 어떠했을까에서 시작한 호기심은 그들의 삶이 정치와는 뗄 수 없었으며 그러했기에 그들의 삶 또한 순탄치 않았고 성격이 현명하거나 의뭉스러웠거나 변덕이 죽끓듯했던지간에 그들도 사람이었기에 자신들이 했던 행동이 가져올 재앙을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에는 또다른 인간의 미약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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