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무시무시한 공습과 끔찍한 아우성이 빗발치는
전쟁의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술이란 단어가 한동안 마음에 걸렸었다.
눈속임임을 뻔히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마술쇼를 보며 감탄을
터트리기에 충분했으므로 그런 흥분되는 경험이 어떻게
인간의 가장 사악한 이면과 만나는 전쟁이란 것과 결합되어졌는지
궁금했었다.

<전쟁 마술사>는 한마디로 말해 적군을 속이기 위한 눈속임으로
아군의 생명과 보급로를 방어하기 위한 마술사단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삼국지에 등장했던 수레에 빗자루를 달아 먼지가 일어 상대방이 수만의 군사가
진군해오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작전 등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2500여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벌어졌던 전쟁 속임수는
몇천년을 지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속에서 또 한번 거대하게 탄생한다.
이번에는 삼국지를 통해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한 스케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실존 인물과 실제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저 놀랍게 다가올 뿐이다.

상상력과 지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제2차 세계대전,
세계를 정복하려는 나치의 독일군단과 겨루는 영국군의 전쟁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의 실화!
190센티가 넘는 훤칠한 키에 미남이기까지 한 재스퍼 마스켈린!
그이 할아버지는 근대 마술의 아버지로 간주되는 '존 네빌 마스켈린'이며
그런 가족의 피를 이어받아 재스퍼 마스켈린 역시 뛰어난 마술사로 명성을 떨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서른 여덟이라는 다소 묵직한 나이임에도
자신이 가진 마술이 전쟁에 유용하게 쓰일거라는 생각으로 군에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작전 하나에도 수백, 수천명의 목숨이 걸린 위험한 전쟁터에서
재스퍼 마스켈린이 가진 마술은 환영받기는커녕
비관적인 시선으로 야유를 받는데....
우여곡절 끝에 각 군에서 떨어져나온 낙오자급 인물들 여섯명과 함께하면서
그들이 가진 개성으로 전쟁이라는 거대한 무대위로 그의 마술쇼가 하나 둘 진행된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 '프랭크 녹스', 유쾌한 장난꾼이지만 불평불만이 많은 '마이클 힐',
3대째 가업을 잇는 목수 '시어도어 그레이엄', 잡지에 종종 작품을 실었던 만화가 '윌리엄 롭슨',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사색하기를 즐기는 유화 전문 화가 '필립 타운센드',
육군 정규병 상사로 규칙과 절차에 헌신하는 충성스런 병사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재스퍼의 마술단에 지원한
'잭 풀러', 마스켈린의 마술 공연 조수로 에이포스 첩보 조직 소속 상병인 '캐시 루이스'까지
마술단이라고 하기엔 적은 인원인듯하나 자신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이들로 독일 로멜 장군의 눈속임을 위한 낙타 똥으로 탱크를 사막색으로 변신시키기,
탱크를 트럭으로 위장하기, 보급로를 위한 알렉산드리아 항구 위치 바꾸기,
수에즈 운하 사라지게 하기 등등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집요함과 섬세함으로 독일군의 공격을 따돌리는데 성공을 거둔다.

머릿속에서만 상상력으로 머무를 것 같은 만화같은 이야기를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재스퍼 마스켈린'
작전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인가?' 란 생각에
호기심이 마구 발동하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아마 일반인이었다면 상상력을 현실로 끄집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 상상을 하는 것조차 버겁지 않았을까?
하지만 재스퍼는 상상하고, 고민하였으며,
조각조각 나눠 그것을 현실에 대응하여 해답을 찾아나간다.
속임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가볍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가 이뤄낸 것들은 보급로를 지키는 것 뿐만이 아닌 무고한 인명을 구해내
세계가 나치화되지 않게 하는 일에 일조했다는 것에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전 세계를 식민지화했던 영국이지만
간악한 나치로부터 세계를 지켜내기 위한 영국의 또 다른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2018년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가 주연을 맡았다고하니
글로 보며 상상했던 재스퍼의 위장술이 스크린으로 어떻게 되살아날지
너무너무 기대되는 바이다.
무겁고 황폐한 전쟁이라는 주제가 마술과 결합되어 신선하게 다가왔던 <전쟁 마술사>
위장을 하기위한 그들의 두뇌싸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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