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나비사냥 2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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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자에게는 자기만의 서명으로 불리는 시그니처(signature)가 존재합니다.
놈만이 남기는 독특한 흔적으로 거의 바뀌지 않죠!"


짐승이 된 살인마를 잡기 위한 형사들의 외롭고 고독한 이야기가 <시그니처>

고향에서 형사직을 하며 살고 있는 이태석 형사. 어떤 사건에 발목이 잡힌 그는 동료들의 배신을 뒤로하고 서울로 옮겨가게 되고 그로부터 십년이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열심히 형사 생활을 한 덕에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지만 서울로 옮겨짐과 동시에 헤어진 여인 지선이 괴한으로부터 난자당해 사경을 헤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해왔고 천사처럼 예쁜 그녀를 사랑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였지만 군수 자리에서 더 큰 정치적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지선의 아버지에게는 인정받지 못했고 그것이 그들의 이별이 되어야했지만 서둘러 결혼을 했던 자신과 달리 십년이 지나도록 그를 잊지 못하고 살았던 지선의 이야기에 흔들리는 태석.

부유한 노인들이 사는 집에 방문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마사지 여성을 유인해 살인한 뒤 토막살인을 일삼았던 주경철이 드디어 잡히게 되지만 그 중간에 끼어있던 주경철의 수법과 다소 다른 의문의 사건인 최지선 사건. 그 의문점에 태석은 최지선 사건은 주경철이 범인이 아님을 알리지만 주경철을 잡기 위해 수많은 날을 새가며 고생을 하였던 중부서 형사들은 태석의 말을 무시해버린다. 엄청난 이슈를 모으며 정치적이 사안으로 변해버린 주경철 연쇄살인 사건.
자신의 옛사랑이자 피해자가 되버린 지선을 그렇게 만든 것은 주경철이 아니란 확신이 있었던 태석은 주경철이 모든 범인이라는 브리핑이 발표 된 뒤에도 아니라고 주장하며 지선과 같은 사건들을 모아 범인이 특징을 추리기 시작한다.
많은 시간을 범인을 잡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중부서 형사들은 주경철 검거에 도취되어 이태석 팀장의 말은 무시해버리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한껏 고무되어 있는 모습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마주보게 된다. 진범이 아닌 무고한 시민을 잡아넣고 팀내원들이 특진을 했다는 내용을 언젠가 접하며 경찰이 되려한 초심과 진실을 묻어버린 양심에 조소를 보냈던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다 알지 못하는 일에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비난 또한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석 팀장의 항의에 주경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지게되고 주어진 시간안에 최지선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형사들, 잡힌 주경철이 최지선 사건의 범인에게 보낸 무언의 메시지에 사건은 더더욱 잔인하게 진화하고 있는 와중에 드디어 이태석 팀장의 시야에 범인이라 단정 지을만한 용의자를 발견하게 되지만 짧은 시간이 덧없이 흘러버려 주경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어버린다. 열심히 했기에 범인을 잡지 못한 허탈감은 더욱 커졌고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꼭 잡을 것 같은 진범이 어딘가에서 활개치며 무고한 시민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깊은 절망으로 다가와 이태석 팀장을 괴롭힌다. 그렇게 영영 잡을 수 없을것만 같았던 최지선 사건의 진범인 정상규를 잡아 더이상의 피해자는 나오지 않게 됐지만 아무 이유없이 잔인하게 죽어간 이들의 영혼은 누가 달래줄까.....

이야기를 읽다보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영철 사건과 정남규 사건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유영철 사건은 이미 영화화되어 잔혹성이 전파를 탔지만 실제의 잔혹함은 영화에서 느껴졌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싫어서, 웃음소리가 싫어서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여야했던 그들, 짐승이 되어버린 그들이 남긴 피해자들과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피해자의 가족들, 그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봐야했던 국민들....
책을 덮으며 온몸을 휘감던 공포심은 아직도 어딘가에 그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며 짐승으로 거듭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고 욕을 해대기 보다 그렇게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세월 나도 모르게 짐승이 되어가는 누군가를 방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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