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엔 미국 CSI 등에서 보여지던 과학수사 기법이나 프로파일링을 최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을 통해 밝혀지지 않은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범죄학자들을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범인의 시선으로 사건에 다가가 분석하는 범죄학자들의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은 경외감마저 느껴졌는데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범죄학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끔찍한 살인사건을 통해 범인의 모습을 밝혀나가는 등의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대했던 범죄학에 관한 책은 깜짝 놀랄만큼 어렵고 복잡해서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상심했던 기억이 있다. 들어가는 책 말머리에 이윤호 교수님이 지적한 내용을 보면서 실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학을 호기심만으로 다가서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 책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다뤄지는 살인마들의 다양한 모습과 괴기스러운 사건들에 가벼운 호기심으로 다가섰던 내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연쇄살인범 53명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담겨 있는 이 책은 8가지 챕터로 인격장애/ 가정의 비극/ 극에 대한 집착/ 사회적 불만/ 정신분열/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 여성에 대한 증오 등 각기 다른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들의 기저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 여기서 극에 대한 집착에 관해서는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와 소년과 소녀에 대한 살인 이야기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 언급된 연쇄살인범들은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훼손하여 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밝혀내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음을 감안할 때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연쇄살인범들은 주로 연약한 여성을 골라 살인을 저질렀으며 강간은 물론 사체를 훼손하고 시간을 하기도 하고 때론 인육으로 먹기도 하는 등의 반사회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 범죄자들의 유년 시절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태어났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족의 영향이나 어머니의 신체적 학대등이 타 여성들을 증오하고 살인까지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많은 피해자를 낳은 살인자들의 모습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늑장대응이 원인이 된 캐나다의 돼지 농장주 로버트 픽턴의 경우에는 빠른 조치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대상자가 매춘부라는 사실만으로 발빠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직업이 매춘부이긴하나 그들은 집도 없고 가족도 없으며 그녀들의 어린시절도 결코 순탄하지 않은채로 자랐다는 점을 볼 때 평범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살인마가 되고 그 살인마의 피해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서글프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는 실려 있지 않지만 호감가는 얼굴로 범죄를 저질렀던 강호순이나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김영철 사건들을 접할 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점점 각박해지고 삭막해져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은 또 다른 걱정거리로 다가왔으며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영상물을 볼 때도 이런것을 따라하는 아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곤하는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결코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런 범죄자들을 키워낸 것 역시 우리 사회임을 감안할 때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