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연처럼 두각을 나타내지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잘 모른다.
나 조차도 아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작년 딸아이와 서대문형무소에 갔다가 그 안에 걸려 있는
많은 여성 열사들의 사진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이야기로, 서점에 비치된 책에서조차
만나보지 못했던 많은 여성 열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자라는 신체적 조건으로 견뎌야했던 감옥생활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전해지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디에서도 그 분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
남성독립운동가의 뒤에서 내조하듯 이뤄졌던 독립운동의 숨은 노력들은
겉으로 알려지지 않아도 그저 숙명이려니하고 가슴에 묻어야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기록들이 사라졌다고해도 우리는
그들의 노력을 알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독립운동을하면 3대가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 된 지금,
잊혀져가기 전에,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소리없이 허망하게
가시기 전에 이 책을 통해 누군가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으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은 비록 미미할지라도 이야기가 전해져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된다면
후손된 자로서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오희옥 지사는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했던 집안의 차녀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을사조약 때 의병활동을 하신 오인수이고
아버지는 오광선, 어머니 정현숙으로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와 독립운동가들의 끼니를 챙겼던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희옥 지사의 언니는 광복군 3지대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으니
오희옥 지사의 집안에는 독립운동한 사람이 여섯이나 된다.
어린시절 중국와 일본의 전쟁 이야기와 그 속에서 거처를 옮기며
고생한 이야기,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시다 잡힌 이야기,
해방이 된 후 6.25 이야기 등
살아있는 역사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간간이 등장하는 사진과 함께 오희옥 지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오희옥 지사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였는지 더 세세하게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를 알고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더 생생한 독립운동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면
더 이해하기가 수월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격정의 시대를 살아왔고 아직도 살아계셔
살아있는 근대 역사교과서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텐데
살아 생전에 더 많은 역사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하는게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된 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