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제 29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유토피아>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복잡미묘함을 섬세하게 이끌어나가는 '미나토 가나에'의 특징은 <유토피아>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본성은 그것을 무섭도록 예리하게 파고들어 표현하고 있기에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해안 마을 하나사키 초, 하나사키 초에서 나고 자랐으며 고등학교 동창생과 결혼해 집나간 시어머니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시부모님이 운영했던 불교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도바 나나코', 그런 그녀에게는 유치원에 등원하던 중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딸 '도바 쿠미카'와 하츠카이 수산에 근무하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하츠카이 수산에 근무하는 남편의 전근을 따라 하나사키 초로 오게 된 '아이바 미쓰키'는 아기 때 사진이 잡지에 실릴 정도로 예쁜 미모를 가진 딸 '아이바 사야코'가 있다. 하나사키 초를 죽도록 떠나고 싶어했던 '도바 나나코'와 남편의 전근때문에 토쿄로부터 멀리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바 미쓰키'와 달리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사회에서는 다른 일을 하다 대학 때 사귀었던 '미야하라 켄고'의 청으로 하나사키 초로 이사온 '호시카와 스미레'가 있다.

시아버지가 건재하던 당시엔 하나사키 유토피아 상점가에 만여명의 손님이 다녀갈 정도의 인기를 누리던 곳이지만 지금은 역으로부터 떨어진 상가는 9할이 문을 닫아걸고 있어 옛 기억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런 곳에 호시카와 스미레에게 내려와 살 것을 청했던 '미야하라 켄고'를 비롯해 예술가들과 하츠카이 수산에 근무하는 남편들을 따라와 사택에 살고 있는 주부들이 형성되어 잡화 및 재활용품점을 열면서 하나사키 초도 조금씩 활기를 띄게 되고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마을 상점가 축제를 열기로 한 날,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주최했던 사람들은 기쁨에 차게 되지만 행사하던 곳에서 불이 나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와 사야코가 다치게 된다. 무엇보다 불을 끄기 위해 스미레를 비롯해 예술가들의 발빠른 행동과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를 옮기기 위한 사야코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찍힌 다른이들의 사진으로 인해 그들의 노력이 이야기 뒤로 숨게 되고 겉으로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는 개인들의 생각속에 머물며 인간의 가장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글을 썼던 사야코의 글이 신문에 실리며 이 일이 계기가 돼 세명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후원하는 '클라라의 날개'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져 지역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그 후 쿠미코가 걸었다는 목격담과 단체를 둘러싼 수익, 방화에 얽힌 두 소녀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전개로 다가오면서 인간 내면에 서서히 움트는 오해의 불씨를 마주할 수 있다. 


글을 읽다보면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섬세함이 놀라움으로 다가와질 때가 많은데 세상에서 원하는 대범하며 다정한 사람에게 나올 수 없는 작은 내 자신을 만나게 되는 불편함에 대해, 그 혼란스러움에 대해 놀랍도록 잘 묘사하고 있어 진실이지만 똑바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충돌하여 갈등으로 소용돌이치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느끼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삼키다 목에 걸린 음식물처럼 섬뜩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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