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다른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거짓말을 고르라, 아버지는 그렇게 썼다. p.246

저명한 자연과학자이며 목사인 에라스무스 선더리, 뛰어난 외모 뒤에 가식을 숨긴 그의 아내 머틀, 그녀의 남동생 마일스, 에라스무스와 머틀의 두 자식인 열네살 페이스와 남동생 하워드는 살던 곳에서 쫓겨나듯 베인이란 곳으로 이사하게 되고 이야기는 그런 그들이 궂은 날 비를 맞으며 베인으로 향하는 배의 풍경에서 시작된다.

저명한 자연과학자인 에라스무스의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베인이란 곳으로 오게 되었지만 아직 이곳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추문을 알지 못한 채 그와 그의 가족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맞이한다. 첫 날의 환영식과 달리 갑자기 달라진 사람들이 태도와 그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머틀, 무뚝뚝하며 비밀을 가득 담고 있는 아버지의 의아함. 이야기는 낯선 곳의 풍경만큼이나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 또한 일반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정상이라고 간주할만한건 열네살 먹은 페이스가 고작인데 이야기는 그런 페이스의 눈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는 갑자기 자기 가족들이 낯선 곳에 오게 된 것이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하게 되고 그런 호기심이 발동하여 아버지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 일은 아버지 에라스무스가 하녀를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주인과 하인이라는 상,하 관계는 뒤틀린 인간의 본성으로 우리 눈에 비춰진다.

열네살 여자아이 페이스는 선더리 가문의 장녀지만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남자보다 더 똑똑할 수 없으며 집안을 책임질 수도 없고 그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남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만하는 페이스, 그녀의 지적 호기심도 여자라는 이유로 걸림돌이 되거나 조롱거리가 되는 상황은 당시 사회전반으로 퍼져있던 여성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페이스가 느끼는 부당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관심과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페이스는 매번 모든것으로부터 좌절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페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페이스는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도와주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아버지와 페이스 둘만 아는 비밀은 다음 날 페이스 혼자만의 비밀로 남게 되었고 페이스는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엔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대해 에라스무스조차 믿지 않았지만 실험해본 결과 그 사실을 믿게 되었고 페이스는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 다가서며 아버지의 미심쩍은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열네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특한 페이스가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조용하게 멸시당하며 많은 부당함으로 다가왔던 일들을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페이스의 모습에서 영악함마저 느끼게 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서 또 다른 서글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큰 사건 없이 미묘한 인간의 심리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이 책은 중반을 넘어가며 아버지의 죽음과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통해 반전을 맞이하며 읽는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는데 인간이 가진 특성을 그들 특유의 심리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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