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 문학상 제정 작가 10인 작품선 대한민국 스토리DNA 15
김동인 외 지음 / 새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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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인작가들의 책을 마주할 때면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머리 아프게 했던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이 걸린 문학상의 수상작이란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번 문학상 작품은 어떤 작가와 어떤 내용의 책이 될까 궁금해지곤하는데 <무진기행>을 보면서 작가들의 이름이 걸린 문학상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어느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 보았지 이렇게 많은 작가의 이름이 걸린 문학상을 하나하나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충분히 들어는 봤어도 한꺼번에 만나보니 왠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동인문학상과 김동인/ 이상문학상과 이상/ 김승옥문학상과 김승옥/ 김유정문학상과 김유정/ 백신애문학상과 백신애/ 무영문학상과 이무영/ 이효석문학상과 이효석/ 채만식문학상과 채만식/ 현진건문학상과 현진건/ 황순원문학상과 황순원.

10명의 작가와 관련된 상과 그 작가들이 생전에 썼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익히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보아왔던 익숙한 글이 있는가하면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글들도 만날 수 있어 학창시절에 읽었던 풋풋한 기억이 함께 교차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라해도 알고 있던 다른 작품으로 만났던 작가라면 작품에서 느껴지는 문체를 느낄 수 있는데 시대적인 배경과 단어에 숨은 뜻을 공부하던 학창시절이 떠올라 글에서 느껴지는 암담함과는 다른 풋풋한 이미지가 기억나 이중적인 느낌이 전해지기도 했다.

 

 

 

190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은 치열한 한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일제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이었다. 농민의 애환과 농촌의 현실을 고스란이 볼 수 있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시기가 1925년에서 1935년까지로 이 시기에 탄생한 작품들은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긴하나 그만큼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주인공들의 심경을 통해 얼마나 혼란스러웠던 시대였는지 알 수 있다.

이상의 실화와 종생기는 자본주의의 물질 만능주의와 격변하는 시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지식인의 혼란스러움과 분열된 자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그것이 이상의 문체를 대표하는 특징이겠으나 읽고 있는 독자로서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다른 작가보다 꽤 읽어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시대적 배경이 그대로 녹아 있어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성에 대한 상품화인데 아무리 세상이 갑자기 변했다고해도 유교사상이 몇 백년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조선시대적 인식이 한순간에 가치없음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성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아 화폐와 교환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모순을 마주할 수 있는데 김동인의 <감자>를 보면 화폐와 교환되어지는 자신의 성은 비밀이랄 것도 없는 공공연한 것이 되어버려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작품에서 공통되게 느껴지는 무기력함과 혼란스러움은 각각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고 있지만 작품으로밖에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절규하듯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소중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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