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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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 페레, 책의 제목은 그녀의 이름이다. 열여덟 나이에 잔혹하게 살해된 소녀 레티시아 페레.

이 책은 역사학자인 이바 자블론카에 의해 한 소녀의 살인으로 비롯된 사회현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각 시선마다의 이해관계를 르포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힘 없고 약한 여성이 살인의 타겟이 되어온 이야기는 레티시아가 처음은 아니다. 더욱 끔찍한 방법으로 일면식이 있건 없건간에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살인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인종과 나라와 문화는 각기 다르지만 짐승들이라 불리우는 그들에 의해 그저 힘없는 약자로 분류되며 어처구니 없는 그들의 인식에 의해 폭행당하고 강간당하며 살인되어지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그 다름을 막론하고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 세상에 남성들이 사라진다면 더이상 여성들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희생은 일어나지 않을까? 애초에 남성이 지구상에 사라진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으므로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류의 살인은 없어지지 않고 자행될 것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 많은 레티시아가 있다는 사실은 살아가는 것을 또 다른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그저 살인을 당한 사람이 운이 나빴으며 내가 아님을 안도하며 그럼에도 어느 순간 나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공포로 떨어야하는 일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짐승들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저 재미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손에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많은 레티시아....


레티시아 페레는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학대받는 부모에서의 어린 시절과 위탁가정에서 자라며 그들이 겪었던 사실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내용 자체가 르포형식이라 레티시아가 죽던 날 밤의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불안감으로 몰았고 평소 그녀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끔 만들었던 그녀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빚어낸 일들이 결과적으로 보면 누군가의 비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나는 마음 졸여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레티시아가 살인당한 날에 있었던 일들은 그저 개인적인 사생활임에도 불구하고 까발려져 남자친구의 친한 친구와 갑작스런 관계를 맺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성인바를 드나들었다는 것은 인터넷 한켠에서는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었음직하다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 예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강남역 묻지마 사건이나 밤늦은 시간 술을 마신채 강간당하고 살인당했다는 피해자들을 향해 수 많은 남자들은 뭐라고 하는가? 늦은 시간에 여자가 제 몸하나 간수 못하고 돌아다니니 그런 사고를 당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고 있는 세상이다. 그저 내 이야기가 아니라며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식과 사건 자체를 두려움이나 공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비공감화가 사건 자체보다 사실은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한 사람의 죽음은 너무나 쉽게 이슈화되고 언론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용당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난도질당하며 포장되어 미화되거나 마녀사냥을 당하든가, 그것이 우리의 시대에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자행되어지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의도치 않게 피해자는 두번이나 죽음을 당해야하는 일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레티시아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그런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레티시아의 친부가 친모에게 폭행을 가하고 강간을 가하며 폭력이 쌍둥이에게도 향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친부는 레티시아와 제시카 쌍둥이 자매를 자신이 키우기를 당국에서 철저히 배제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에 대해, 다른 어떤 살인사건보다도 이슈화되어 6주동안 계속해서 언론화되었다는 사실과 위탁가정에서 그녀들을 맡아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시각각 바라보게 되면서 그저 한 소녀가 악마로부터 살인을 당했다에서 끝나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건 포장되어져 이슈화되어지는 언론과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행해지고 있는 아동보호법 등이 낳을 수 있는 장단점과 위탁가정이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 등 사회,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저 한 소녀의 희생이 안타깝고 슬프며 유감인 것에 그치지 않고 레티시아에게 몰아쳤던 불안한 기운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밀어넣었던 이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연관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이 글은 프랑스에 살았던 열여덟 소녀 레티시아의 이야기지만 전 세계 곳곳에 살아가고 있을 또 다른 레티시아를 위한 글로서 결말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의 원인에 깔려져 있는 많은 인과관계들을 살펴봄으로서 우리 사회 또 다른 레티시아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데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한다는 충고를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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