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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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애물단지들이다. 수시로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그래도 우리는, 이 척박하고 외로운 세상,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사랑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P.9

첫 구절부터 고개 주억거리며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들, 그가 아니면 담아낼 수 없고 그가 아니면 전해지질 않을 이야기에 어느 덧 쌀쌀하게 다가온 바람이 마냥 싱그럽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많은 것을 달리 생각하고 해석하며 옳고 그름과 인간성까지 내던져버린 사람들이 뒤엉켜 혼돈스러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진실이 감춰지고 거짓이 당연한 것처럼 떠벌려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옳은 것을 바로 볼 수 있고 거짓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을 읽다보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시사적인 면 외에도 이외수라는 작가가 살아왔던 이야기, 거침없는 그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데 흔들리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거짓들을 향해, 거짓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향한 일침은 속시원함으로 다가온다. 어느 순간부터 할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미덕으로 변한 시대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끙끙 앓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는 것을 글을 통해 일깨워주는 듯하다.

그가 사는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이야기와 그 곳의 경치가 그의 시선을 따라 시시각각 다가오기도하고 암 치료를하고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몸무게를 통해 한번의 시련을 겪으며 인생에서 더욱 소중하게 비춰지는 그의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하고자 했던 '사랑'의 이야기들, 어느 순간부터 배려가 오지랖으로 변하게 되버린 씁쓸하고 차가운 시대가 되버린 현재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무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외수 작가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입담이 고스란이 글 속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고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중요한 본성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가슴 따뜻해지기도하고 깨달음을 주기도하며 오랜만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유쾌함을 만날 수 있는 이외수 작가의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정태련 화백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만날 수 있어 농익어가는 가을 더욱 특별함을 선물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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