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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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충분히 불행하게 살아간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판이라고 일컬어진 <하우스프라우> 그 치명적이고도 중독적인 사랑이 불러올 끝을 알고 싶었다. 얼마나 막장스러운 요소로 시선을 붙잡아 둘지 또한 이 책을 집어들게 된 요소 중 하나였다. 내용이 내용인만큼 선정적인 성 묘사는 당연히 관심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불륜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지라 그것을 글로 어떻게 승화시켜낼지 사실 많이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이야 불륜 이야기가 그렇듯 국적, 나이, 인물만 달리 작용할 뿐 주인공들이 비슷비슷하게 빠지는 불륜 내용에 충실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다른 것이 있다면 같은 불륜 이야기라도 그 표현하는 방법에서 엄청난 차이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저 그런 때로는 대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작용하는 인간의 끝을 보려는 욕망에 미간에 심한 주름이 잡히게 하거나 쓰레기 같은 작품이라며 더 논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작품들의 표현 기법과는 달리 인간의 언어유희를 극한까지 체험하게 해주고 있어 또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까놓고 말하면 불륜이지만 격이 다른 불륜의 언어유희라니....말해놓고도 수습 안되는 곤란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스위스로 온 지 9년이 됐지만 안나는 여전히 이방인의 얼굴을 하고 살아간다. 남편 브루노와의 사이에는 여덟 살, 여섯 살 아이와 막내 딸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며 이방인으로서의 행선지를 이탈하지 않는 묵묵함을 보이는 안나를 보며 브루노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하게 되고 안나는 정신과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으며 정신과 의사로부터 독일어 수업을 배울 것을 권한다. 정신과 의사의 권유대로 독일어 수업을 듣게 된 안나는 그 곳에서 스코틀랜드에서 온 남성과 불륜에 빠진다.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 점점 옅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잃기 싫어 불륜에 탐닉하는 안나의 모습에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의 분출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미치기 직전의 그 입장이 되지 않고서야 결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을 찾고 싶은 욕망을 불륜을 통해 이뤄나가는 안나의 모습이 옳고 그름을 떠나 위태롭고 안쓰러워 보였다.

 

빤하게 읽힐 수도 있는 그저 그런 불륜 이야기를 건져낸 것은 역시 섬세한 심리묘사와 절묘하게 그려 낸 듯한 언어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 <하우스프라우> 똑같은 호기심을 느꼈던 독자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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