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혼'에 대한 글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보이지 않으며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에 사람들이 굉장히 집착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기에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소재가 또한 '혼'이며 '혼'과 관련된 작품을 볼 때마다 지금 이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모습을 그려내는 이질감마저 느껴져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곤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인물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흥미로워 쉽사리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부유하는 혼>

 

"남의 몸을 뺏어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p39

 

논현동 모녀 자살사건,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게 된 일본인, 그렇게 세월이 흘러 친엄마가 나오키 상을 받았던 여류작가였지만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원망을 하는 란코, 치매에 걸려 딸 이외엔 정신을 놓게 된 미야베 라이카, 그런 엄마의 작품에 그림을 넣어 '아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양희주, 수상한 남자에게 도망다니는 자매 강주미와 강나영, 그런 주미에게 자신의 죽은 아내의 혼이 붙었다며 따라다니는 전과자 곽새기, 주미를 잊지 못하며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는 약사 이시현이 등장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건 속에 연결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혼'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자리잡고 있지만 무거움과 동시에 놓칠 수 없는 호기심이 자리잡고 있어 무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생각없이 빠른 속도로 읽어지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오소소 소름이 돋아 으스스한 기분에 어깨를 움칫하게 되는 작품이라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읽을 수 있어 무더위를 날려버릴 소설로 안성맞춤이긴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엽기적이면서도 묵직한 이야기가 있기에 쉽게 책을 펼쳐들기 꺼려질 것도 같다.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들과 얽혀진 인연, 그것은 혼이 아닌 육체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서도 겪는 이야기지만 죽은 영혼이 다른 육체에 들어가 전생을 단칼에 끊어버리지 못하는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아픔과 생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생이 주는 끈질김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환생이나 영혼이 뒤바뀐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종종 만나보곤하지만 아릿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이 있었던 그동안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혼'이 주는 강렬함에 멍하게 됐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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