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아프고 지친 삶을 사랑으로 충만한 결혼생활이 대신해주리라는 환상, 그러나 그것은 잠깐동안만 맛볼 수 있는 행복감이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과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그레이스, 동생을 사랑하지만 때때로 그런 동생으로부터 삶의 무게를 느끼는 그레이스는 어느 날 완벽한 외모와 직업을 가진 잭을 만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자신에게 완벽하기만 한 잭의 구애에 그레이스는 꿈만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되고 잭은 그레이스에게 청혼을 한다. 그리고 잭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까지 함께 대저택에서 살자고 제안하고 그레이스는 달콤한 결혼생활에 한껏 젖어들게 되지만 그것은 잠깐동안만 맛볼 수 있었던 행복감이었다. 사람들 눈에는 항상 다정하고 자상하며 서로 늘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이상적으로 비춰지지만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바로 이런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다가오고 위태위태한 결혼 생활에서 그레이스가 탈출 할 수 있기를 내내 바라며 읽게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학대하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잭 또한 그런 아버지를 닮아가게 되고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경험이 또 다른 갈망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잭의 욕망에 연타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 아닌 그저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 위한 도구로서 여기는 그레이스와 밀리의 모습은 처참하기까지 하다. 그런 잭에게서 탈출하기 위한 그레이스의 노력이 이어지지만 그런 바람들과 달리 잭이 자매에게 향한 병적인 집착은 집요하기만하다. 과연 그레이스는 잭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적과의 동침'이란 영화를 보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이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접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에도 놀랍고 잭의 병적인 집착 또한 혀를 내두를 만큼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소설이라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보다 더욱 진한 섬뜩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이웃의 부부가 잭과 그레이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책을 덮는 순간에도 오싹함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