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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실의 추억
이해경 지음 / 유아이북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28/pimg_7355521371703469.jpg)
대한제국 마지막 왕녀 이해경이 밝히는 잊혀진 역사
일제 침략과 6.25 전쟁, 남북 분단과 경제 개발이라는 역동적인 시대를 겪었던 대한민국.
조선의 대표적 상징인 왕실의 지위 격하를 추진했던 일본과 이승만 정권을 지나 지금까지도 격변의 현장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왕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은 시대적 배경이 클 것이다. 일제 침략과 6.25 전쟁통을 겪고 분단이 된 후 엉망이 된 나라를 추스르고 복원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던 대한민국이 왕실가에게 무관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기득권층과 언론의 탓도 크다 할 것이다. 중화사상에 젖어 세계흐름을 읽지 못한 채 다른 나라의 힘에 의존하고자했던 힘없는 왕권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우리들이 살아왔던 뿌리를 부정한다면 그 어떤 나라에서 마지막 왕실에 대해 기억해 줄 것인가 싶다. 그렇기에 고종황제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다섯째 딸로 태어나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녀인 이해경씨의 왕실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참 덕혜옹주의 이야기와 영화화로 인해 조선왕실에 대한 이야기가 조명되기도했고 왕자와 왕녀, 옹주등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왕실가의 이야기와는 달리 비련의 삶을 한탄하는 듯한 감정적인 문체가 주는 불편함이 덜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시대를 살았던 것이 아니고 주입식 역사교육으로 무기력한 조선왕권의 모습을 학습했던 나로서는 마지막 황실하면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부정적인 마음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에 좀처럼 동의하기가 힘들었었는데 이 책은 뼈아픈 역사적 분노보다는 실제 겪은 이해경씨의 이야기가 덤덤한 문체로 다가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황실의 화려함이나 일본의 호의를 받으면서도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는 이중적인 느낌을 덜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이해경씨의 어머니로 나오는 의친왕비에 대한 이야기는 높은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검소하며 이타적인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유교적 모순에 사로잡힌 구시대적인 이야기는 답답하게 다가오긴 하였지만 직접 농사를 짓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가 입을 옷까지 내주었다는 일화는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는 현 시대,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하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감정적인 장면 연출로 신파로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곤하였는데 이 책을 읽는다면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을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하루에 100년을 뛰었습니다."
누가 나에게 어린 시절 얘기를 해보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던 궁과 다니던 학교 사이에는 시대적인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궁 안의 삶은 여전히 옛 풍습을 지키는 봉건시대였고, 학교에는 날로 변화하는 개화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양쪽의 풍조에 다 발을 맞춰야 했다. 아침이면 봉건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아픈 추억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다.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