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2016년 <나쁜 페미니스트> 로 우리 곁에 다가왔었던 '록산 게이'

단정하고 예쁜 분홍색 책 속에 담겨져 있던 내용은 너무나 강렬하여 단번에 그녀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자이기에 충분히 공감했고 분노했으며 감성을 내려놓고 냉철한 이성을 찾을 수 있게 해줬던 <나쁜 페미니스트>

역사 속에서 많은 것을 충분히 공감했으며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까지 제시해주었던 그녀의 글은 나에게 있어 혁명과도 같은 말들이었다.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주장과 반박할 수 없었던 몸에 밴 관습들이 두려워 피하기만하던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그녀의 첫 책이 너무도 강렬했기에 두 번째로 출간 될 <어려운 여자들> 에 더욱 관심이 가졌다.


<어려운 여자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쉽지 않으리란 각오가 있었다. 이미 첫 책에서 만났던 그녀의 강하면서도 진솔하게 까발려졌던 이야기들이 꽤나 충격적이지만 그런 상황들이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감을 자각하게 해주었기에 소설이지만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각오했던 것 만큼 더 큰 충격이 나를 덮쳤다.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

끝도 없는 안개속을 헤매는 듯한 갑갑함...

읽는 도중 책을 덮고 심호흡을 여러번 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이라지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느 도시, 시골에서 벌어졌을,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란 생각이 엄습해 마음이 심해속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그녀의 소설들...

<어려운 여자들> 에서는 세상의 관습에, 남자의 욕망에 한없이 짓눌린 여자들의 모습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런 온갖 부조리한 것들에 눌려 인생을 내려놔버린, 어찌보면 숨이 탁탁 막히게 답답해보이는 루저들로 보일 수 있다. 결코 세상속에 섞일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변해버린 그녀들...

2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어려운 여자들>은 각 내용마다 꽤나 묵직하고 어찌보면 현실감마저 없게 느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인해 혼란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묵직한 이야기에 당혹감마저 느껴질 때 '록산 게이'가 주인공들을 통해서 들려주려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 답게 <어려운 여자들>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는 '록산 게이'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결코 일어나서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가? 그저 탱크탑에 딱 달라붙는 반바지여서, 늦은 시간 가로등이 없는 거리를 활보해서, 거나하게 술을 마셨기 때문에..같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는 남자들에게 이 책을 숙제로라도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적어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선정적인 농담을 하듯 가볍게 던져져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