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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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영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같은 동양에서조차도 사고방식등이 다른데 멀리 떨어져있고 문화권 자체도 다르니 영국인의 눈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비춰질까 사뭇 궁금했었다. 그 속엔 유쾌하고도 흐뭇한 이야기, 반성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도 당연히 들어있으리라 생각했다. 책을 보기 전엔 그저 막연하게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영국인 '팀 알퍼' 평소에 나는 TV를 보지 않는지라 그가 TV방송에도 나올정도로 유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한국에서 십 년을 살아오며 경험했던 그만큼의 경험치들이 책속에 녹아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듯하다. 생각보다 유식하고 관찰력이 좋은 영국인의 이야기에는 한국인으로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고 19세기 식민지 지배에 들어가며 무수히 짓밟았던 유색인종들에 대한 편견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아직도 미개한 사고방식으로 인종차별을 일삼는 서양인들을 볼 때마다 적지 않은 분노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글을 읽으며 '세월호' 사건이나 '땅콩 회항'사건, '최순실 게이트'의 근본적 원인은 '유교 사상'이라는 서양인들의 믿음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따지고들다보면 유교 사상이 깊숙이 자리잡은 한국인들의 습성에 따른 것이라고 어느 학자가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전부 아니라고 반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사건을 놓고 본다면 그것은 유교적 사상이 근간이 되었다기보다는 이미 대한민국에 자리잡고 있는 권력과 비리와 체제가 빚은, 언젠가 일어날 예견된 사고였을 것이다. 많은 서양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런식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얘기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꽂혔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자체로도 변화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늘 해왔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개인보다는 팀웍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관점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팀웍이라고해서 다 좋은건 아니라는 생각 또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자신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리에 휩쓸리는 모습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미 많이 봐왔기 때문에 팀 알퍼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정도 한국 직장생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면 더욱 직장생활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TV를 보니 이미 드문드문 그런 바람이 이는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방송프로를 보고 한국의 직장인들도 조금씩 변화하는구나란 느낌을 받았는데 영국인과 한국인을 절충하면 회사에 묶여 자신을 잃는듯한 무기력함이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직업이 푸드칼럼리스트라 그런지 이 책에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깔끔하고 예쁘게 셋팅된 음식들이 아니라 선뜻 먹고 싶은 마음이 일지는 않지만 일단 먹어보면 한국인들이 순박하고 맛깔난 음식의 묘미를 알게 해준다는 이야기는 한국인으로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자랑스러움이 일었는데 떡에 대한 세계적인 절충방안에 대한 이야기는 음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첫 장에서 나오는 한국의 조기축구회의 회장, 부회장, 총무 등등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한참동안 웃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한국인들은 모든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전혀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언젠가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인들은 뒷산에 등산가는데도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엄홍길 대장처럼 비장한 옷차림으로 등산을 한다는 이야기에 굉장히 씁쓸함을 느꼈는데 영국인 '팀 알퍼'씨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즐기기 위한 한국인들의 자각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잔정이 있고 훈훈한 인심을 자랑하는 한국인이지만 IT 강국답게 어느샌가부터 모두 스마트폰에 고개를 쳐박고 앞 사람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현재로 변해가고 모순된 점임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직장생활의 풍습과 고기 사랑 또한 나날이 높아져가는 한국인들을 영국인의 눈으로 공감가지는 내용들에 또 다른 자극제가 되기도 했고 앞으로 한국이 나아갈 방향성도 보이는 듯했다. 유쾌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만큼 반성해야할 부분들도 많음을 한국인들이 이 책을 보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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