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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무뚝뚝하고 때론 괴팍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캐릭터들을 통해
삭막해져가는 인간관계를 일깨워주는 글로 다가오는
'프레드릭 배크만'
이번엔 그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로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장편집과는 다른 독특한 글과 그림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할아버지가 나무를 사랑하기에,
나무는 사람들의 생각 따위 아랑곳하지 않기에 벤치는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나무 위에서 날아올라 날개를 펼치고 바람에 편안하게
몸을 맡기는 새들이 시커먼 실루엣으로 보인다.
초록색 용 한마리가 졸린 얼굴로 광장을 가로지르고,
배에 조그만 초콜릿색 손자국들이 찍힌 펭귄이 한쪽
모퉁이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 옆에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폭신폭신한 부엉이가 앉아 있다."
숫자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숫자 대신 언어를 좋아하는 아들 테드.
할아버지를 닮아 숫자를 좋아하는 손자 노아.
그리고 할아버지의 오랜 사랑 할머니.
숫자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언어를 좋아하는 아들이 못마땅하다.
늘 바쁜 일상으로 인해 아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다.
언어와 기타를 좋아하는 아들은 그렇게 훌쩍 어른으로 자랐고
그런 그는 할아버지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
젊고 살아가는게 바빴던 아버지는 연세가 드셨고
아들을 키울 때와는 달리 손자의 사랑스러움이 눈에 들어온다.
손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 할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약간씩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노아의 할아버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아버지와 아들이 살아온 거리의 폭이
못내 서운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서로에게 소홀하고 못내 서운하고 속상하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되어서야 자기를 키웠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들 테드, 노아, 아내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글은 생각보다 강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모든 것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무심한 듯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따뜻한 사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것들,
그 역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감정들.
이 자리에서 자식과 부모의 입장이 되고보니
책을 덮을 때 아릿하게 아프던 가슴이 점점 증폭되는 감정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고나서 며칠이나 짠하게 마음에 내려앉았던 감정들.
프레드릭 배크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로 충분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