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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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맨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삼등여행기'라는 말이 주는 낯설음에 의아함을 느꼈었다.

일본인들이 파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이지만 최근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제목에서 요즘에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의 등장은 궁금함을 낳기에 충분했다.

반신반의하며 책을 펼쳐보니 '하야시 후미코'라는 여작가가 1931년 도쿄에서 시모노세키, 부산을 거쳐 안둥에서 러시아를 지나 파리까지 열차를 타고 가는 여행에세이이다. 드 넓은 대륙을 열차를 타고 가는 여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계급에 따라 달라지는 열차칸의 환경에서 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기 전이지만 이미 조선은 일본에게 철저한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한국인인 내가 아무 감정 동요 없이 읽어내려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작가는 침대칸이 비어 남아돌고 있지만 값을 지불할 능력이 못되는 노동자들은 추운 복도에서 서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러시아 계급문화에 대한 비난을 토해내곤하는데 오히려 그 장면에서는 인간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이지만 식민지와 정복자의 시선이 아닌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기도하였지만 그녀가 영국 대영박물관을 보면서 세계 각국에서 약탈해온 문화재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한국인으로서 동조할 수 없었다. 식민지를 겪지 않았었고 일본이 아직도 그렇게 무례하게 굴지 않았다면 하야시 후미코라는 여류작가의 말에 울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글 속에 녹아 있는 일본에 대한 우월감 또한 글을 읽는 내내 조금은 거슬렸던 것 같은데 그것을 떠나 여자 혼자 몸으로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인 세상을 누빈다는 것 자체는 대담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면 되지만 열차도 몇번씩 갈아타야하고 삼엄한 감시속에 정차하여 몇번씩이나 여권 검사를 받아야하고 꽤나 복잡한 여정길이 그 시대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충분히 알게 됐던 책이었지만 역시 시선의 다름에서 오는 이질감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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