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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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태어나 삶 속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관계'에 대한 어려움일 것이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낀다. 수 많은 사람이 존재하듯이 부모,자식간에도 수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부모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건,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건간에 우리는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 눈을 감을 때까지 그러하지 않을까.....

<기억을 잇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대한 기억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호기심이 들기도했지만 반면 책을 펼치는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불완전한 부정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철없던 어린 시절과 부모님 속을 상하게 해드렸다는 속상함, 더 잘해드리지 못하는 가슴 가득 짓누르는 죄송함등을 느끼며 부모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마 그 마음을 결코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위치 자체가 이미 공평하지 않은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많이 느껴보지 못했던 부모의 정에 관련한 이야기를 대하면 나도 모르게 한없이 작아지는 내자신을 발견하게 되곤한다. 위축되는 것을 피할 수 없기에 이 책을 펴는 것이 가볍지 않았다.

아버지 서수철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보냈지만 얼마 전 치매판정을 받았다.

아들 서민수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지만 아내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아버지 서수철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아들 서민수 또한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간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를 찾아 여행하게 되는데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어느 곳에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툭 터놓거나 미처 다 내뱉지 못한 말을 가슴속에 담아두거나의 모습과 어쨌든간에 서로의 모습을 서로 잘 이해하게 되는 정겹고 짠한 모습을 예상하기 마련인데 너무 흔해서일까 아버지와 아들은 추억의 장소를 여행하면서도 마주치지 않는다. 아마 그것이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를 이야기하고 있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자식이 미처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전에 부모는 생을 다한다. 합일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서로 엇갈린 길을 걷고 있는 서수철과 서민수의 모습은 그런 부모와 자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 살아 생전에 효도하는게 죽어서 제사를 잘지내는 것보다는 도리라고 좋은 옷에 여행보다는 한번이라도 더 자주 찾아뵙고 연락하는 것이 효도라고 엄마는 매일 같이 이야기한다. 살갑지 못한 외동딸이기에 늘 그런 마음이 죄스럽게 남아있음을 알기 때문일까 물질적으로도 제대로 해주는 것 없이 고생만 시켜드리는 마음도 아픈데 남들처럼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하니 그 마음이 얼마나 쓸쓸할까...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지만 딱히 아들이 아니라도 느껴지는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인지라 한자한자 다가오는 문체가 덤덤한듯하지만 마음을 후벼파는것처럼 숨이 막히게 다가왔다. 우리는 알면서도 느끼면서도 정작 부모님에게 아는대로, 느끼는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책을 덮으면서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런 느낌때문에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나 영화는 선호하지 않지만 반대로 이렇게라도 만나지 못한다면 내 자신이 꽤나 삭막해지리란걸 알고 있다.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지만 그 깊이는 충분히 느껴졌던 소설 <기억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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