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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사랑의 생애....?!
미혼자에게는 만나서 헤어지는 기간을 사랑의 생애라 할테고
나같은 기혼자는 중간에 별일이 없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남편과의
관계를 사랑의 생애라고 정의할테지...보편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의미와 형식과 표현은 제각각 다르지만
<사랑의 생애>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아니지만
생소하게 다가오는 단어를 보며 책을 펴기 전
나에게 지나갔던 수 많은 사랑의 생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진공 상태 속의 사랑이라는 느낌이
떠올라 잠시 당황스럽기도하였지만 이제는 왠지 사랑에 대한 기억조차
남녀간의 가슴 아릿한 사랑의 느낌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슬프다기보다는 또 다른 사랑이란 이름으로 생애를 이어가고 있으니
어찌 생각해보면 나의 사랑의 생애는 아직도 진행중일 것이다.
형배를 좋아했던 선희, 그런 선희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던 형배
좋아한다는 감정을 무수히 보냈건만 좀처럼 알 수 없었던 형배의 감정에
선희는 급기야 먼저 고백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형배는 선희에게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어" 라는 말을 듣게 되고
형배에게 차인 선희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로부터 2년 십개월 후 결혼식장에서 재회한 형배와 선희,
좋아했고 사랑했던 감정이 무뎌진 시간만큼 편해진 선희와
오랜만에 선희를 보고 동요하게 되는 형배.
이야기에는 형배와 선희, 그리고 영석이 등장한다.
각자가 가진 사랑의 높이로 미묘한 감정을 이어가는 세 사람
사랑에 빠진이란 표현 대신
사랑에 걸린이란 표현이 독특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생애>
달콤쌉싸름한 사랑이란 느낌 대신
복잡미묘한 상태의 사랑의 감정들이 진공상태에 휩쌓여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읽혀졌다.
우리가 입으로 내뱉는 수많은 사랑
그만큼 많은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는 사랑의 감정
각자 가진 사랑의 감정으로 생애를 이어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녀석 앞에서 의지와 자존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생애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들이 처절하면서도 덤덤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기 나름이라는 이성적인 생각은
사랑 앞에서는 결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