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이덕임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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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억하라, 분노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분노를 넘어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행보가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분노라는 단어가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분노가 모여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던 세계사를 돌아보았을 때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분노의 시작' 인 100 페이지에 이르는 서문은 깊이 빠져들 수 없어 읽는 내내 힘이 들었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의 첫머리가 '분노'로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그리스 역사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분노는 영웅과 직결되는 예를 읽으면서 전하려고하는 '분노'의 의미가 무엇을 이야기하려함인지 의구심과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티모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단어를 접할 때마다 낯설게 다가오는 용어로 인해 내용의 흐름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었다. 그런 이유로 책을 덮을 때쯤엔 오히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건지 잊지 않을정도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 '티모스'라는 단어가 주는 겉도는 듯한 흐름때문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다가왔던 긴 서문을 통과하면 '분노'와 연관 된 경제학을 만날 수 있다. 은행과 경제와 정치와 종교적인 이야기가 분노와 연관되어져 있는 이야기를 만나면서 그동안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분노의 정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소모적인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되어졌던 분노란 것은 그것을 이성적으로 잘 다스려야하는 것이 인간의 특권이라는 인식으로 알지 못했던 분노에 대한 인식을 접할 때마다 이성적이지 못한 방식이라는 다소 죄책스럽고 유난스럽다는 생각으로 눌러놨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분노감에 대한 시원한 역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뭔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노감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글들은 다른 의미에서는 강하게 다가오는 불편한 감정을 만날 수밖에 없었는데 뭔가 시원하긴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내용을 온전히 다 이해했다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상황에 빠져들게 되는 상황을 되풀이하며 만났기에 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단연 어렵고 난해하게 다가왔던 책임은 맞았던 것 같다. 격한 감정에 빠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우려와는 달리 그동안 몰입할 수 있었던 감정에 호소한 분노와는 다른 냉철한 분노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힘겨웠던지라 이 책을 한번에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분명 분노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책이지만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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